금융당국, 대우조선 '불끄기' 급급

2015-07-27 10:52:31 게재

'채권회수 자제' 당부, 무역보험공사 RG(선수금환급보증)지원 … 회계사 50여명 실사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파장이 다른 곳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가 나온 이후 조사를 검토하겠다며 시간을 늦췄고 "여신 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채권은행들에게 당부했다.

지난 4월 성동조선해양 지원에서 손을 뗀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을 검토하는 등 정부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가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을 가라 앉히기 위해 2분기 실적발표도 29일로 앞당겼다. 당초 내달 초중반으로 예상돼 있던 실적발표가 빨리 공개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를 진행 중인 삼정회계법인은 회계사 50여명을 투입해 9월초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수의 인원을 투입해 통상 2~3개월 걸리는 기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규모가 워낙 커서 많은 인원이 조사를 벌여도 시간이 한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실사단은 8월 중순쯤 대우 망갈리아, 드윈드 등 해외 자회사를 조사하기 위해 현지로 조사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는 부실의 중요한 원인으로 해외 조선소나 풍력 사업 등 자회사 손실이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크다는 점을 꼽았다.

대우 망갈리아 조선소는 대우그룹 시절 김우중 회장이 루마니아 정부와 공동으로 인수한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1774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도 76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드러나지 않은 부실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9년 인수한 미국 풍력발전업체 드윈드는 인수 인후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채 지난해 83억원, 올 1분기 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은 현지 실사와 함께 27일부터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옥포조선소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했다. 경영관리단은 부실과 회계 조사에 나선 실사단과는 별도로 대우조선해양 경영 현황 전반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회사 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단이 결과를 발표하는 9월초쯤 업무를 마치는 반면 경영관리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될 때까지 운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관리단장에는 강병윤 전 STX조선해양 경영관리단장이 임명됐다. 경영관리단은 산업은행에서 강 단장을 포함해 4명, 수출입은행 2명, 농협은행 1명 등 7명으로 운영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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