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정감사 경제분야 쟁점은 | ② 한국은행

"정부에 너무 기울어" 한은 중립성 논란

2015-09-09 10:29:34 게재

17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국정감사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감 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고작 7개월째인 새내기 총재였다면 이번엔 다르다. 1년여가 더 지난 지금은 통화정책 등에 대한 성적표가 어느 정도 나올 시점인데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더 엄중해졌다. 여러 모로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임기 1년 반을 보낸 이주열 총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조사통계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경제 힘든데 통화정책 여력 없어져" = 매년 제기됐던 한국은행의 중립성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장 큰 논란거리 중 하나로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감 때는 이 총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회동 탓에 자극적으로 다뤄졌다면 올해는 통화정책 및 한은의 위상과 결합해 더욱 진지하게 제기될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이 정부에 너무 기운 통화정책을 펴 오히려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상실시켰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측은 "솔직히 이 총재에게 너무 실망했다"면서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중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정부의 압박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측은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금융안정 등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경기부양 쪽만 너무 신경을 써 균형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종학 의원측도 "정부는 언제나 금리인하를 원할 수밖에 없는 곳이니 한은이 적당히 억제해 가면서 갔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면서 "정부정책에 너무 열심히 부응하는 바람에 오히려 최근처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 취임 후 금리를 4번 인하해 현 기준금리는 1.50%의 사상 최저를 유지중이다. 세월호·메르스 등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치면서 경제심리가 얼어붙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성장 둔화, 미 금리인상 등 소위 G2 리스크가 또다시 닥치고 있다.

한은 중립성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경제위기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정책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성린 의원측은 "디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여러 모로 제기되고 있는데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측은 "최근 우리 경제가 중국 성장 둔화, 미 금리 인상 등 위협요인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에 대비한 정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한은이 대비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측은 "현재 당면과제는 내수침체와 대외불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저출산 경제구조의 변화 문제일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에 모두 대응하려면 어려운 정책혼합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망 안 맞아 경제주체에 혼란 = 경제전망의 부정확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활동 각 부분의 기대와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데 전망과 실제의 차이가 커질수록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어긋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 사이에는 큰 폭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2012년 7월 전망한 당해 성장률은 3.0%였지만 실제로는 2.3%에 그쳤고 다음 해 7월 전망치는 2.8%였지만 실제로는 2.9%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역시 전망시점 7월을 기준으로 전망치는 3.8%였지만 실제는 3.3%, 올해 전망치는 3.4% → 2.8% 등 지속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측은 "경제주체들의 많은 의사결정이 한은의 경제성장 전망에 근거한 경우가 많은데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확한 단일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단일 전망치 대신 미국의 경우와 같이 경제여건 시나리오별로 일정한 성장전망 범위를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금통위 구성 변경 등 한은 개정안도 거론= 국회에 발의돼 있는 한은법 개정안 내용을 중심으로 한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은법 개정안 중 금통위 구성을 바꾸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4건 발의돼 있고 이에 대해 한은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내년 4월에 금통위원 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사상 초유의 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퇴임시기가 일시에 몰린 금통위원들의 임기를 분산하고 임기 만료 30일 이전에 후임자를 추천해 공석을 막는 내용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박원석 의원측은 "금통위원 교체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한은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무조건 개정을 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해 한은 입장이 어떤지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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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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