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선율, 학업 중단 '0' 기적"

2015-09-09 10:40:37 게재

8일부터 한국교원대에서 '학교예술교육'페스티벌

툭하면 학생들이 결석했다. '연간 60일 이상이면 퇴학'이라는 규정에 따라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337명이 학교 밖으로 나갔다. 2013년 한 해에만 전교생 약 600명 중 퇴학생은 67명이나 됐다. 충남 천안 목천고등학교 이야기다.

그런데 이 학교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교를 떠난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다.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학생과 학교에 변화가 일어났다.

목천고는 천안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농촌학교다. 진학 기피 대상 학교로 소문나면서 '일진' '짱'들의 학교로 알려졌다.
충북제천 제천 봉양중 학생들이 어울림 한마당 축제에서 '너를 기억해'란 제목으로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그러던 학생들이 손에 악기를 들기 시작했다. 악기를 다루거나 악보를 볼 줄도 모르던 학생들이다. 이런 작은 변화가 결국 오케스트라를 탄생시켰다. 아이들에게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 선율은 마법처럼 학생들의 마음을 녹였다.

한 곡의 화음을 완성하기 위해 양보하고 친구를 배려하며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다. 학생이 먼저 다가와 교사에게 인사하고, 학교생활에 의욕을 상실했던 아이들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8명으로 시작한 오케스트라는 1년 만에 35명으로 늘었다. 이제는 학교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팀으로 자리매김 됐다.

임동수 목천고 교장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소통과 배려를 배웠다. 또한 자신을 돌아보며 자존감을 키웠고 학교생활 적응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목천고 오케스트라 팀은 8일부터 청주 교원대학에서 열리는 '전국 학교예술교육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쳤다. 교육부와 충청북도교육청이 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추진하는 '전국 학생예술축제'다.

김석권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통해 자신감과 배려, 소통을 배워 학교생활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며 "학교폭력 우울증 왕따 등 부적응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해소하고 상처가난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담아가는 학생들 이야기가 주변 사람들을 울렸다. '여우하품'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충북 현도정보고 학생들.

여우하품은 '여기서 우리 뮤지컬의 하늘을 품어보자'의 준말이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슴에 담고 사는 학생들이 뮤지컬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꿈은 현실로 바뀌었다. 아빠의 알콜 중독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던 김민지 학생(고3)은 학교에서 뮤지컬 수업을 받고 한국교통대학교 음악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뮤지컬에 혼신을 다했던 현준이와 영수(3학년)도 연극영상과에 진학해 미래 꿈을 실현시켜가고 있다.

시골 학교인 제천 봉양중학교도 뮤지컬을 통해 다문화 · 특수반 친구 등 어려운 여건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냈다. 소극적이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했고, 소통과 이해로 학교폭력과 다툼이 사라지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부는 그동안 추진한 '학교예술교육지원사업'의 우수사례를 모아 무대 위에 올렸다.

이 정책은 학교폭력과 학업부적응으로 위기상황에 처한 학생들에게 인성변화를 끌어내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학'이라는 불명예를 '찾아오는 학교, 가고 싶은 학교'로 바꿔 나갔다. 그동안 학교예술지원사업은 문화예술소외지역, 학교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와 학생들을 찾아 나섰고 학생오케스트라, 예술동아리, 뮤지컬, 연극 지원에 나섰다.

황우여 부총리는 개막식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희망과 긍정, 무한한 가능성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도록 학교예술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한 교실이 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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