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 1
'내용' '활용' 둘 다 잡은 궁궐 안내서
추석연휴 고궁 나들이를 계획한 사람들에게 멋진 선물이 나왔다. 도서출판 돌베개가 펴낸 '우리 궁궐을 아는 사전1'이 그것. 다만 관람인원이 제한된 창덕궁과 후원이 포함된 '동궐(東闕)'이 대상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동궐 중 창경궁은 입장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경복궁, 덕수궁을 대상으로 한 2권도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 궁궐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적잖게 출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내용면에서는 충실하지만, 실제 궁궐을 관람하는 활용도 면에서는 부실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우리 궁궐…'은 충실도와 활용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우리 궁궐…'은 무엇보다 내용면에서 충실하다. 궁궐을 단순히 건축학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 역사적인 배경까지 아우른다. 예를 들어 1803년 창덕궁 인정전 화재와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을 연결한다. 1800년 정조가 갑작스럽게 승하한 후 11세 순조가 왕위에 오르자 대왕대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수렴청정은 인정전 화재로 3년 만에 중단된다.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렴청정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화재 후 왕후가 스스로의 허물을 크게 책망한 것으로 보아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1804년 인정전 복원에 참여한 목수 윤사범은 강원도 회양 출신으로 10년 전인 1794년 수원 화성 축성 당시 팔달문을 짓는데 참여한 목수였다. 수원 팔달문과 인정전 세부가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이런 배경이다.
'우리 궁궐…'은 활용도 면에서도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궁궐 안내서들이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에 따라 서술하지만 '우리 궁궐…'은 답사 순서에 따라 책의 차례를 구성했다. 독자들이 실제로 궁궐을 다닐 때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물론 185x245mm에 436쪽이나 돼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동궐도'와 1907년 제작된 '동궐도형'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궐도'와 '동궐도형'을 영역별로 세분화 해 독자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에 있었던 건물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책 뒷면에 '동궐도' 전도를 포함시켜 창덕궁과 후원, 창경궁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궁궐…'이 이처럼 내용과 활용성을 모두 충족하게 된 것은 한국 전통건축의 권위자 중 한명인 김동욱 교수를 비롯,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한 역사건축기술연구소(소장 이경미)가 탐방자의 입장에서 기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