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와 고(古)황하 이야기

2015-10-26 11:37:49 게재

열목어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는 대부분 빙하기 때 고황하(古黃河)와 고아무르강(古Amur江)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르강은 러시아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흑룡강, 중국에서는 헤이룽강 黑龍江, 몽골에서는 하라무렌이라 부릅니다.

가장 가까운 빙하기는 1만 1000년 전에 끝났습니다. 빙하기에는 바닷물이 증발했다가 육지에 눈(빙하)의 형태로 쌓이는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드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해수면이 낮아지는 해퇴(海退)현상이 일어납니다.

약 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기 전에는 우리나라 주변의 바다는 지금보다 최소 120m 정도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빙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지도 전체가 지금과는 아주 다른 형태를 띠었고 강줄기들도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서해와 남해바다는 거의 전체가 육지였습니다. 서해의 평균수심은 44m에 불과하며, 가장 깊은 곳이 80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대한해협과 대마도 부근이 일본과 육지로 연결되었고, 태백산맥-대마도-일본을 잇는 산줄기를 분수령으로 수계가 양쪽으로 갈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과 일본 서남부의 하천은 모두 고황하(古黃河)로 흘러들었고, 우리나라에서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들은 대부분 고아무르강의 지류로 이어졌습니다.

깊이 2000m에 이르는 동해는 빙하기 동안 큰 바닷물 호수로 남았습니다. 울릉도와 독도가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인 까닭이지요. 빙하기가 끝난 뒤 호수는 현재의 동해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고아무르강 수계의 물고기는 아무르강과 우리나라 영동지역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에 서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약 300만년 전 백두산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압록강 일대의 지형이 크게 바뀝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면서 고아무르강으로 흘러들던 압록강이 백두산이 솟아오르면서 유로가 바뀌어 황해로 흘러드는 대규모의 유로변경현상이 생겨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진강과 허천강이 백두산의 융기로 인해 유로가 바뀌면서 황해로 유입되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르강 수계의 물고기들이 황하 수계(서해안 수계)로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남한지역에 서식하는 연어과 물고기는 영서지역의 열목어와 영동지역의 산천어, 곤들매기뿐이지만 북한지역에는 이들 이외에도 사루기, 자치 등 어종이 더 많습니다. 그것은 압록강 상류인 장진강, 허천강이 두만강과 함께 고아무르강 수계에 속해 있던 옛 지질시대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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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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