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정상화방안 내달초 발표

2015-11-24 10:53:30 게재

이번주 실사결과 나올 듯 … 노사 먼저 '단계적 30% 인원감축' 제시

STX조선해양 채권은행들이 내달 초 회사 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주 실사를 마무리하고 채권은행들과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4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예정이고 결과를 갖고 채권은행들과 논의를 벌이면 처리 방향을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늦어도 12월 초에는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은행들이 오랫동안 STX조선을 지켜본 만큼 실사 결과를 각자 판단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사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STX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다음달 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채권은행들도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STX조선도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실사결과 후 채권단 회의, 정상화방안 발표 수순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실사결과 후 채권단 회의를 거쳐 4조원대의 추가지원을 결정했지만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회사의 강력한 자구계획과 노동조합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STX조선은 채권단의 추가지원 결정이 있기 전에 회사 스스로 자구계획을 만들어 제출했다. 노동조합의 동의도 받았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STX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회사가 먼저 자구계획을 제시하고 노조의 동의도 구한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STX조선해양지회는 지회장이 회사의 자구계획안에 대한 동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고 조합원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계획안에 지회장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2017년까지 자체적인 감축계획을 세웠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며 "STX조선의 인원감축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밝힌 자구계획은 총원 급여 10% 삭감과 총원 인력 30% 감축 등 인건비 절감, 경쟁력 없는 특수선·해양사업 철수, 임차 비용과 각종 지급 수수료 절감, 자산 매각 등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실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회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 이번 자구안으로 경영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채권은행들이 더 강한 자구안을 요구하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실사 과정에서 중간보고를 통해 STX조선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로 가야할 만큼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STX조선측은 자체 조사를 토대로 미리 자구안을 만드는 한편 노조를 설득해 법정관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채권단의 주요 은행들도 STX조선의 법정관리로 인해 입을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회사의 선제적 구조조정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성동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또다시 국민혈세가 투입된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대규모 추가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현재 성동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STX조선은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상화를 위한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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