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운영기관, 경전철 건설단계부터 참여해야"

2015-12-28 11:07:13 게재

민간투자사업 공공성 확보방안으로 제시

지자체 공기업 해외시장 진출 길도 확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 중인 경전철 사업에 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이 건설단계부터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간에서 이윤 확보를 위해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폐해를 막을 수 있는데다 날로 커져가고 있는 해외 철도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공적 제어장치 필요 = 28일 지자체 철도공기업과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시철도 건설단계에 공공 철도 운영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특히 전부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 서울 경전철부터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교통복지 측면에서 경전철을 추진하는 만큼 공공투자사업이 최선인데 재정부담으로 인해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의 공적 제어장치는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철도는 건설과 운영이 분리돼있다. 주로 건설사를 중심으로 차량 제작사와 시스템 공급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금융기관 등 재무적 투자자가 합류하는 형태다. 운영사는 철도가 개통하기 2년 전에 선정해 위탁한다.

민간 투자사업의 폐해는 최근 재구조화에 성공한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개통한 서울지하철 9호선은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요금인상을 추진,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재무 투자자가 비싼 후순위채로 이익을 얻는 동안 사업자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얻지 못했다 해서 시민 혈세로 별도 지원해주는 기형적인 구조가 드러나 공분을 샀다. 결국 서울시는 재구조화에 나섰고 이율인하 등을 통해 2039년까지 3조2000억원을 절감하는 동시에 운임결정권을 찾아왔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과외를 한 셈이다.

서울 첫 경전철│안정적 철도 운영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철도 운영 공기업이 건설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결정되지 않은 서울 경전철 사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 우이신설 경전철 시민 현장체험 행사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이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지 않고 철도 운영 공기업이 사업 초기부터 개입하면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의정부·용인경전철 등 앞서 경험한 폐해를 줄이는 동시에 운영에서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할인 등 교통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연계성은 물론 통합적인 시스템 가동, 시설·장비 호환 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영사가 설계단계부터 개입하면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며 "사업 초기부터 차량이나 부품 시설과 장비 등 호환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면 건설·유지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국회에서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에 공공의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경전철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보고서에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철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부족해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서 평가, 효율적인 노선 설정, 협약체결, 설계 시공 관리 등 전반적인 추진 과정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입법조사처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할 때 건설업자 중심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철도 관련 전문기관이 사업 전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서도 안정성을 이유로 운영기관이 건설단계부터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부터 철도 운영기관이 지분을 투자, 초기 구상단계부터 철도운영을 고려한 건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고 건설단계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시만 해도 경전철사업에 총 6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모두 재무 투자자와 함께 시스템 건설 차량제공 운영사 등 철도 설계부터 운영까지 맞물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철도공기업 경쟁력 키울 호기는 서울 경전철 =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철도 2만5500㎞가 추가로 건설된다. 특히 국내 철도사업 진출이 활발한 남미와 중동 아시아에 50% 이상이 집중, 국내 철도산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기업 출자를 제한하는 관련 법령. 한 지자체 철도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성과 함께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지방 철도 공기업이 민간철도사업 초기부터 참여하면 건설과 운영의 분리나 공공성 미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궤도사업 등 법령이 정한 사업을 추진할 때 출자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는 등 지방공기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도 공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호기는 서울 경전철 사업으로 보인다. 10개 노선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우이~신설선과 신림선을 제외한 8개 노선은 아직 민간사업자가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운영기관 참여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철도는 공공재라 요금지원도 공기업을 통해 한다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법을 바꾸더라도 운영기관 초기개입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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