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의심 없는데 종합검진 남발, 되레 건강 해쳐
불필요한 검진에 방사선 피폭만
대장암 진단, 돈 되는 내시경 권해 … "무질병자는 국가 암 조기 검사 활용"
'종합검진에 절대 목숨걸지 마라'라는 저서에서 박민선 더맑은내과 원장은 "미국의 국립보건원,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국가질병관리국에서 권장하는 검진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과 비슷하다"며 "질병의 의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 대장 내시경, CT, MRI와 MRA 등을 질병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강검진은 질병없는 경우에 실시 =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지만 질병에 걸릴 위험을 미리 찾아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이다. 건보공단에서는 건보 가입자와 피부양자에게 2년에 1회 무료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검진에는 1-2차 검진과 생애전환기 검진, 암 검진으로 나눠져 있다.
'1차 검진'에는 체중, 키, 허리둘레, 시력 및 청력검사, 구강검진, 혈압, 혈액,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 검사가 포함된다. 이 검사를 통해 체질량,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간 신장 폐 기능 등을 알 수 있다.
'2차 검진'은 1차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사람에게 '진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2차검진에도 이상이 확인되면 정밀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생애전환기 검진'은 만 40세와 만66세의 건보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자가 받는다. 이때는 1차2차검진을 연속적으로 받는다. 1차 검진은 앞의 기초1차검진에 암, 골밀도, 노인신체기능검사를, 2차 검진은 1차 검진 결과를 추가확인하고 흡연, 음주, 운동, 영양상태, 저체중, 비만, 빈혈, 고지혈증, 고협압 등을 조사해 이상자를 상담한다. 우울증검사 인지지능 이상여부도 검사한다.
'암 검진'은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통해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에 대한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암검진에서 암이 발견되었을 때 기본 암진료비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이런 건보공단 검진으로도 중요한 성인병과 암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검진 2700곳 실시 4조원 시장 =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건보공단 검진 외 일반 의원급에서부터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 종합검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종합검진은 공단검진 항목 이외에 위 대장내시경, 흉부와 복부 CT, 뇌 MRI, MRA, 심장 관상동맥 CT, 전신 PET CT 등을 포함한다. 종합검진을 진행하는 곳이 전국 2700곳에 이르며, 연간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임상연구와 중증질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할 서울대병원 조차 2013년 전체 의료수익 8277억 원 중 575억원(6.9%)을 검진사업에서 올렸다.
그러면 최대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종합검진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대장 내시경은 위 내시경만큼이나 흔히 시행되는 대장암 진단방법이다. 대장암 진단방법에는 대변에 피 흔적을 찾는 검사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년 대장내시경을 검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장 내시경을 받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장의 모든 대변을 씻어 내는 설사제를 사용한다. 노약자에게는 탈수증을 일으킬 수 있다. 구부러지고 긴 대장을 카메라가 지나가야 하기에 장 천공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또 용종이 발견되면 제거 시술도 하는데 이 때 출혈과 천공의 위험이 있다.
이를 위험성을 고려해 영국의 위장질환 컨소시엄과 미국 암학회에서는 대장암을 확인하기 위해 매해 대변검사, 5년에 1회 직장경검사, 5-10년마다 대장 조영촬영을 권장하고 있다.
◆특수검사 검진효과 의심되지만 부작용 분명 = CT MRI의 경우 질병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부족한 반면, 검사에 따른 부작용은 예측가능하다.
CT는 방사선을 이용해 뇌 흉부 복부 척추 부위를 1mm-1cm까지 촬영해 단면 혹은 3차원 영상을 보여 준다. 하지만 방사선은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세포를 손상시키고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CT촬영이 유방암과 갑상선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자연피폭량은 3.0밀러시버트로 제한하고 있다. 국제권유치는 1밀러시버트다.
하지만 흉부 복부 CT 1회 촬영시 8-10밀러시버트가 노출된다. 관상동맥CT조영술에서는 16밀러시버트, PET CT(양전자 단층촬영) 전신촬영 시 20-30밀러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된다. 2-4일 숙박검진 때 검사를 위해 방사선에 노출되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인구 10만명 남자 220.8명, 여자 335.6명으로 높다.
CT촬영 조영제는 질병 부위를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사용하는데, 피부발진, 심장박동 증가, 호흡곤란, 쇼크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신장기능이 약한 경우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MRI는 자기공명영상으로 고주파를 발생시켜 세포에서 수소원자핵에 대해 반응하는 신호를 모아, 인체의 모든 부분을 단면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준다. MRA는 MRI 방식으로 혈관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법은 방사선 피폭 위험은 없지만 강한 자기장 탓에 심장박동기, 신경자극기 인공와우관 시술 혹은 동맥류가 있어 묶는 시술, 몸속에 금속으로 시술한 경우 사용할 수 없다.
이들 검사에에도 조영제를 사용하는데, 두통 메스꺼움, 주사부위 통증, 열감, 냉감이 생기고 드물게 급성호흡장애, 심한 저혈압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피부가 딱딱해지는 경화성 피부염도 발생하기도 한다.
박 원장은 "검사기관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필요하지 않는 검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불필요한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도 많다. 검진이 환자의 건강보다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 검진을 신뢰해도 될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