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물푸레도서관 그림책 모임 ‘꿀책’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그림책 꿀맛이죠

2016-02-12 01:50:50 게재

아이들끼리 또는 어른들끼리 모이는 동아리는 많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은 흔치 않다. 파주 교하에 위치한 물푸레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꿀책’은 그래서 더 귀한 모임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의 세계
꿀처럼 달콤한 책의 맛을 함께 즐기자는 뜻으로 꿀책이라 이름 지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맛있는 책을 향해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꿀책은 2013년 물푸레도서관이 문을 열던 해에 결성됐다. 12주 동안 열린 그림책 관련 강좌의 후속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그림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임을 거쳐 갔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이는 엄현진 씨와 홍정아 씨다.
엄현진 씨는 물푸레도서관이 문을 열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던 동네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아리를 꾸려서일까. 엄 씨 가족의 물푸레도서관 사랑은 특별하다. 
“저희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내복차림으로 돌아다녀요. 그만큼 편하다는 거죠. 사서 선생님들이 친절하셔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도서관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남편에게도 자리를 내준다.
“신랑 도피처예요. 집에 없으면 항상 여기 와 있죠. 가족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면서 그림책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 좋아요.”
3년 동안 그림책을 연결고리로 도서관과 함께 하면서 이웃들을 만났고 삶의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했다. 추억을 쌓은 만큼 이제는 떠날 수 없는 공간이 됐다.

그림책을 즐거움을 지역사회와 나눠
홍정아 씨는 그림책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꿀책에 가입하게 됐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3년간의 동아리 활동으로 홍 씨의 그림책 공부는 얼마나 깊어졌을까. 그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림책을 막상 볼 때와 시간이 지난 후 보는 느낌은 다르다.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있고 친근했다가도 다시 보면 내용이 다르게 다가오는 책도 있다”고 말했다.
홍 씨가 아끼는 그림책은 ‘시리동동 거미동동’이다.
“짧으면서 애틋하기도 하고 그림도 아기자기하면서 간결하고 귀여운 책이에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아빠의 부재한 자리가 느껴져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림책에 대한 애정과 오래 공부한 사람이 갖는 겸손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이었다. 홍정아 씨는 올해에도 꿀책 회원들과 함께 그림책 공부와 관련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꿀책 모임이 결성되자마자 열린 파주 지식벼룩시장에서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을 펼쳤던 기억은 홍 씨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그림책
강은미 씨는 전집으로 책장을 가득 채울 만큼 독서 교육에 관심 많던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책 모임에 합류하면서 그림책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18개월 된 둘째 아이를 안고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었던 강 씨는 그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파주 북소리 퍼레이드에 동화책 주인공을 주제로 코스프레해서 참여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인공을 직접 선택했는데 ‘아씨방 일곱동무’ 한복을 입은 아이도 있고 ‘눈물바다’ 주인공으로 꾸민 아이도 있었어요. 저희 둘째는 흥부놀부에 나오는 제비 의상을 입고 최연소 참가자로 퍼레이드에 참여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몸으로 배우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더 감동적인 것은 꿀책 활동을 통해 존중 받은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일하지 않는 엄마로 살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져요. 나 아닌 아이에게 맞추면서 내가 소비되고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곳에서는 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어요. 나한테 이런 열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존중받는 느낌에 따뜻하고 채워지는 느낌이었어요.”

엄마의 마음으로 체험활동 준비
김지연 씨는 이제 막 가입한 회원이다. 집에서 아이들이랑 책을 읽다 점점 한계를 느낀 게 가입 계기였다.
“아이들이랑 책을 읽는 게 지식을 넣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점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담는 그릇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으로 토론하는 모임을 찾다가 꿀책을 알게 됐어요.”
책 한 권을 읽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면을 알고 싶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는 김 씨. 어른 위주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이라 꿀책을 선택했다는 김 씨는 앞으로 진행될 활동에 기대감을 안고 있다.
멀리 대구에서 파주로 이사한 손미경 씨는 집 가까이 있는 도서관을 두고 일부러 물푸레도서관을 찾는다. 이사할 집보다 먼저 도서관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차로 15분 걸리는 거리지만 동아리가 있기에 친근하게 다가온단다.
꿀책은 모든 체험 활동에 꿀떡을 가져간다. 체험활동을 할 때면 배고프게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서라고. 엄마의 마음으로 펼쳐가는 꿀책의 활동은 그래서 달콤하다.
문의 031-944-5951 여민혜 사서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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