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중국, 금광과 IS테러 - 얽히고설킨 지정학
중-인니 인프라 개발 통한 관계개선
세계 최대 금광개발권 향방 '어디로'
제목부터가 야릇하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금, IS(이슬람국가)는 무슨 관계일까. 미국 원로 전략경제학자이자 지난해 말 '화폐의 신'이라는 저서를 국내 출판, 미국 화폐권력의 실체를 분석한 F. 윌리엄 엥달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수상쩍은 사태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정학적 관계를 들여다 봤다. 다음은 게시글 전문.
지난 1월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중심가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해 테러범 5명과 캐나다인 1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총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입장을 대변하는 알아마크 통신은 사건 발생 후 SNS 계정을 통해 자카르타 테러는 IS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7월 17일 자카르타 JW메리어트호텔과 리츠칼튼호텔 테러로 9명이 숨진 이후 만 6년만에 처음이다.
모든 국제 테러단체는 한 곳 이상의 국가로부터 은밀한 지원을 받는다. IS 테러로 인한 유혈극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배후에 있다는 국제적 의혹이 무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만 6년이 넘도록 평온했던 인도네시아에서 IS 테러가 발생한 것일까. 인도네시아는 왜 테러의 표적이 됐을까.
중국과 조코위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10월 제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패 일변도의 기성 정치권에서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그는 현재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가 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어젠다인 '기후변화협약'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이전 정부와는 달리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것이 바로 흥미로운 일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1960년대 CIA가 후원한 쿠데타 이후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CIA는 1967년 네덜란드 식민지배 투쟁의 지도자였던 민족주의 성향 수카르노 대통령을 몰아내고 수십만명의 공산당원을 숙청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장군 수하르토를 대통령으로 세웠다.
미국이 후원한 쿠데타로 집권한 수하르토 체제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외교관계는 단절됐고 1990년까지 이어졌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쿠데타는 인도네시아의 석유 확보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의 작품이었다.
대중정치인 조코위 대통령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경제발전을 제 1의 어젠다로 삼고 있다. 현재의 아시아 지형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하게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자금줄
지난 10년 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은 급증했다. 2014년 11월 조코위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지로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와 회담했다. 201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국민회의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과 조코위 대통령은 다시 만났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을 밀어내고 인도네시아 제 2의 수출국 자리를 꿰찼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수입국은 물론 중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수천개의 섬을 연결하는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는 수도 자카르타와 세 번째 도시 반둥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에 중국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일본은 50억~60억달러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경쟁했으나 승자는 중국이었다. 고속철도는 2018년 완공된다.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는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하이테크에 기반한 경제 다각화 전략의 일부분이자 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일대일로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전략의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의 선린우호 관계는 동남아시아의 아세안 국가들과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에 필요불가결하다. 현재 이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다.
조코위 정부 입장에서 자국의 인프라 투자계획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국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일본은 사실상 해외로 눈 돌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5년간 매년 7%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7400억달러(894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개발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중국 국영기업이 인도네시아 개발사업에 참여해달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요청하는 한편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파푸아 금광
개발사업에 중국자본을 끌어들이느냐 여부는 조코위 정부와 인도네시아 경제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파푸아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 금광, 구리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중국 투자에 대한 당근책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은 광산개발권이 미국의 다국적기업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
파푸아주에 위치한 그래스버그 금광은 해발 4267미터 높이에 위치해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은 물론 가장 개발비용이 저렴한 곳으로도 유명한 광산이다. 1989년부터 세계 1위 광산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이 그래스버그에서 금을 캐고 있다. 미국 석유사업가 록펠러 가문이 소유한 회사다.
프리포트사가 그래스버그 개발권을 따낸 것은 사기와 뇌물의 힘이었다는 사실이 지난 2005년 뉴욕타임스(NYT) 탐사보도에서 밝혀진 바 있다. 당시 NYT는 1998~2004년 프리포트사가 인도네시아 군부와 경찰, 시장 등 유력인사들에게 약 2000만달러(241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뇌물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은 그래스버그 개발권을 계속 프리포트사에 맡긴 것은 물론 광산 인근 대규모 오염에 항의하는 지역민들과 노동자들을 폭력진압했다. NYT는 "프리포트사 회장 제임스 모펫은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 개발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프리포트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최대 돈줄이었다"고 보도했다.
2011년 10월 17일 파푸아주에서 대규모 항의시위가 일어나 프리포트사는 광산개발을 중단했다. 시위는 파푸아주 독립운동으로까지 발전해 극도의 치안불안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스버그 광산 노동자 70%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파푸아주 곳곳을 단전단수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현 조코위 정부는 프리포트사와 맺은 그래스버그 개발권 계약 조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현 계약은 2021년 만료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리포트사가 개발 대가로 건넨 지분 10%를 20%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9년엔 30%로 올릴 작정이다. 또 개발수익 분배몫을 올려달라는 동시에 새로 개정된 금광개발법의 조항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정법은 국유광산에 대한 정부지분을 확대하고 개발업자에 허용된 채굴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리포트사는 그래스버그 금광 가치를 162억달러(20조원)로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프리포트사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그래스버그 개발에 1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발각됐다. 162억달러 가치의 금광에 1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밀조사에 나섰다.
그래스버그에 매장된 금은 1만6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식으로 보유한 전체 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금 1트로이온스당 1107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래스버그의 전체 가치는 5160억달러(624조원)에 달한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사회를 뒤흔든 IS 동시다발테러를 프리포트사가 사주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프리포트사가 2021년 개발권 만료를 연장해달라는 청원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출한 날 동시다발테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기억해 둘 만하다. 내가 조코위라면 그래스버그 개발권과 자카르타 테러와의 연관성을 조사할 것이다. 아니면 정·관·군부 고위관계자들에 제공한 뇌물,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프리포트사와의 계약을 파기할 것이다. 1만6000톤의 금매장량은 인도네시아가 향후 계획한 인프라 개발을 성사시키기에 충분한 양이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실물금 거래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협력은 향후 더 긴밀해질 것이다.
- "중앙은행 화폐남발 탓 금값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