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①
"독서정책으로 군포 가치 올랐다"
'국' 단위 조직에서 72억 예산 투입 … "무엇보다 독서정책에 '올인'"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10명 중 7명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책 읽는 군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잘 알려진 김윤주 군포시장. 23일 오전에 만난 김 시장은 기자의 명함을 받은 후 책갈피를 건넸다. 명함을 책갈피로 제작해 본인을 소개하고 있는 것. 책갈피에는 '위드북(withbook)'이라는 '책 읽는 군포' 엠블럼과 함께 '독서는 위대한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내 인생이 멘토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시장은 "그래야 '책 읽는 군포' 시장 아니겠냐"며 웃었다. 김 시장이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독서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세간의 평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독서 정책 덕 '살기 좋은 도시'로 = 인구 29만명 규모의 군포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는 고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엔 '책 읽는 군포'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이 됐다. 인구 29만명 규모에 공공도서관이 무려 6곳으로 1관당 봉사대상인구 4만8000여명을 자랑한다.
지난 1월 감사원은 공공도서관 1개당 인구 10만명을 초과하는 기초 지자체가 19개에 이른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14년에 발표된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4~2018)은 2018년까지 1관당 봉사대상인구 4만5000명을 목표로 한다. 이런 내용들에 비추면 군포의 도서관·독서 정책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군포의 도서관 정책이 이렇게 활성화한 데에는 김 시장의 역할이 컸다. 김 시장이 1998년부터 민선 2·3기 시장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민선 5·6기 시장을 지내면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도서관·독서 정책이다.
군포가 독서 정책을 우대하는 것은 조직과 예산 편성에서부터 나타난다. 4급 국장급 본부장이 수장인 '국' 단위 '책읽는사업' 본부에는 '책읽는정책팀' '책읽는사업팀' '평생학습팀'이 있으며 본부에만 직원 13명이 배치돼 있다. 중앙도서관 등 6곳의 도서관 인력까지 합하면 무려 66명의 거대 조직이다. 예산 규모는 72억원에 달한다.
시청에서의 자리 배치도 의미심장하다. 시장실 가장 가까운 곳에 책읽는사업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김 시장은 수시로 들러 독서 정책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놓고 방향을 제시한다.
이런 노력 덕에 군포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놀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 고장, 군포에도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물론이다. 안양 등 인근 지역에서 군포의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김 시장은 "다른 지역 사람이 군포에 오면 뭔가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한다"면서 "한 조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위에 뽑히고 집값이 오르는 등 군포의 가치가 굉장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책에 교육·아이·미래가 있다" = 김 시장이 독서 정책에 '올인'하는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그저 "공부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은 없는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그는 시장이 되자마자 초등학생들에게 "나는 너희 엄마 아빠 표로 당선이 됐지만 너희들의 시장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향한 다짐이었다. 그리고 '교육' '청소년' 정책에 관심을 가진 끝에 '책'에 정착했다. 김 시장은 "'책'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교육, 아이들, 미래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면서 "시민들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내면을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시장은 다양한 독서 사업 중에서도 '한 도시 한 책 읽기'에 집중한다.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1권의 책을 군포시민 29만명이 함께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그는 "29만명의 시민들이 만나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함께 읽은 책이 있으면 그 내용을 나누면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서 "좋은 책을 같이 읽고 서로 공감하면서 사람 사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앞장서는 독서 정책 = 군포의 독서 정책은 관이 먼저 시작했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앞장선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사업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 선정 과정마다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호가 열려 있다. 시민들은 책을 추천하고 선호도를 조사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칫 전시성 행사로 끝나기 쉬운 책 축제 '독서대전'에도 시민들은 활발하게 참여한다. 헌 책을 들고 나와 교환하는 장터에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 시장은 "독서 정책의 시작은 관이 했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다양한 사업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서 "시민들이 스스로 할 때 독서 정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