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첫 외부회계감사, 정부가 점검해보니

1/5이 회계처리 부실 … 투명성 낮아

2016-03-10 10:51:09 게재

관리비 횡령, 공사수의계약 부조리 등 관리비리 '여전'

#충남 00아파트는 2011~2014년까지 3년간 아파트 관리 통장에서 관리소장 개인계좌로 이체된 3억7000만원과 현금으로 인출된 2억4000만원, 타 계좌로 이체된 12억3000만원 등의 원인 및 정당한 지출증빙자료가 없어 약 20억원의 자금 부정사용 의심된다.

#경북 00아파트는 실제 금액과 회계 장부상 아파트 예금이 차이나는 등 약 1억2000만원의 자금 횡령이 의심된다.

#서울 00아파트의 위탁관리회사는 관리비 통장에서 월중에 자금을 무단인출한 후 월말에 인출 자금을 다시 입금하는 방법으로 약 5억원을 무단으로 유용했다.


300세대 이상의 국내 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된 후에도 관리비 횡령, 공사수의계약 부조리 등 관리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아파트에서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자료를 누락하는 등 회계 부적정 처리가 많이 발견되며 회계투명성이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또 회계감사 관련 규정에 불명확한 부분이나 일부 고의적인 감사방해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어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절반이 현금흐름표 작성하지 않아 =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대규모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시행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19.4%에 달하는 1610개 단지가 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정의견을 받은 곳이 1490곳(18.0%)이며 부적정 의견은 33곳(0.4%), 의견거절은 87곳(1%)이다.

한정의견이란 재무제표 작성이 양호하지만 일부 중요정보를 누락하거나 회계기준 일부를 준용하지 않은 경우에 제시된다. 일반 상장기업의 경우 상장폐지요건이 된다. 부적정은 회계기준을 전반적으로 어길 때 발생하고 의견거절은 회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감사 증거확보가 어려워 정상적인 회계감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경우 제시된다. 상장기업의 경우 부적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으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이번 결과는 공동주택 관리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공인회계사회, 경찰청과 합동으로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의 실태점검 및 합동감사 등을 실시한 내용이다.

3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매년 10월31일까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택법에 따라 실시한 외부회계감사 결과 감사대상인 9009개 중 8319단지가 외부감사를 받았다. 672개 단지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준인 주민들 2/3의 동의를 받아 감사에서 제외됐다. 18개 단지는 아예 감사를 받지 않았다.

부적합 의견 사유를 살펴보면 먼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517건으로 전체 43.9%에 달했다. 현금흐름표 미작성으로 현금유출입을 파악하기 곤란, 현금자산의 흐름을 점검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회계자료를 누락하거나 항목 분류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경우도 214건으로 18.2%를 차지했다. 당좌자산이나 투자자산등의 계정과목 분류를 잘못하거나 승강기 유지비를 수선비로 계상, 퇴직급여 및 연차수당 충당금 등 자산부채를 적게 잡은 사례가 많았다.

이밖에 장기수선충당금을 과소적립하거나 목적외 사용은 186건으로 15.8%로 조사됐다. 또 잡수익금 관리대장을 누락하거나 수익사업에 대한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71건이나 됐다.

◆아파트 72%에서 비리 발견 = 지자체가 합동감사를 벌인 전국 429개 아파트 단지에서는 72%인 312개 단지에서 관리비 횡령, 공사 수의계약 부조리 등 1255건이 적발됐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및 기초 지자체가 국토부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합동감사를 진행한 결과다. 2014년 지자체 감사제도 도입 후 산발적으로 실시하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합동감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관리비 및 장기수선충당금, 수선유지비 등 각종 아파트 관련 공금 집행 분야에 대한 예산·회계분야의 비리가 416건으로 나타났다. 승강기 교체, 외부도색 등 시설물 보수 및 주택관리업체, 재활용품수거업체 등 업체 선정 분야 등 공사·용역분야의 비리는 189건으로 조사됐다. 기타 부조리 내용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선거관리위원회 운영 관련 공동주택관리규약 위반 등으로 650건이 적발됐다.

각 지자체는 적발된 사안에 대해 수사의뢰와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단속 결과 금품수수등 99건 적발 =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99건을 단속해 43건(153명) 입건, 56건은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동대표·관리사무소장 등의 관리비 횡령,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고질적 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실태점검 결과 아직도 공동주택 관리의 고질적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리 근절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감사, 외부회계감사 및 경찰청 단속 등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수시로 또는 매년 실시되는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되는 아파트 단지를 감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국의 지자체 감사사례·유형별 적발내용 및 통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 활용할 예정이며 경찰청은 수시로 또는 외부회계감사 및 지자체 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회계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인회계사회와 협의해 회계감사대상, 보고사항 및 감사절차를 명확히 하고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감독기관인 지자체에 제출·보고해 감사업무에 활용하는 등 외부통제를 강화한다. 또 감사방해 행위와 거짓자료 작성·제출 행위에 대한 제재는 주택법상 지자체 감사방해 행위 제재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 아파트단지 20% 회계처리 '부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