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식객』에 나온 바로 그 냉면 맛
[냉면의 달인 금곡동 ‘박군자 진주냉면’]
유명한 맛집 지점들이 분당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그중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 27권에 나오는 ‘진주냉면’ 집이 올해 초 궁내동 가구거리 대왕판교로 쪽 금곡동에 문을 열었다. 70년 전통 기법의 비법육수 원액을 서울 공장에서 제공받기 때문에 서울본점이나 수원 직영점과 똑같은 맛을 분당 지점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게 벽화처럼 식객에 나온 육수 만드는 내용의 만화가 있고 그 옆에는 2대째 진주냉면을 만드는 부부가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면이 있다. 냉면 육수에는 고기뿐만 아니라 메밀도 들어갔고 건새우, 멸치, 디포리 등 건해산물이 듬뿍 들어갔다며 특별한 비법으로 비린내를 잡았기 때문에 깔끔하면서도 깊고 색다른 육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자장과 짬뽕처럼 물냉면 먹을까 비빔냉면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손님들이 물냉면에 비빔냉면 양념을 넣어 먹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졌다는 ‘섞음면’은 양념과 육수가 잘 어우러진 얼큰한 냉면이다. 냉면, 육전, 만두로 단출한 메뉴지만 그래서 더 집중력과 자신감이 돋보이는 음식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나온 육전은 기름기 없는 부위의 소고기에 계란 물을 입혀 지져냈는데 식감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맛있었다. 한 접시 더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 무렵 냉면이 나왔다.
노란 지단이 소복이 쌓인 고명을 헤치고 보니 물냉면의 차가운 육수 안에도 육전이 듬뿍 들어있는데 묘하게도 국물은 기름기 없이 깔끔했다. 차가운 육전도 별미고 오래도록 배를 든든하게 해줄 것 같았다. 냉면발이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에 비해 두껍고 색감은 메밀이 많이 들어가 부드러울 것 같았지만 쫄깃한 맛이 강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추수한 메밀에 전분을 섞어서 쫄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까칠한 봄철 입맛 제대로 돌게 해줄 면발과 양념, 육수의 오묘한 감칠맛이 벌써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