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호 주멕시코 대사 "박 대통령 우아함이 멕시코 대통령 넋을 빼앗음"

2016-04-06 11:10:20 게재

'위험한 페북질' 구설

박비어천가에 이어 외교적 결례 표현까지

"믿어 달라. 2017년에 (한-멕) FTA 체결된다"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표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박비어천가'라는 구설<본지 4월 5일자 8면 참조> 에 올랐던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사진)가 이번에는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아 또 다른 물의를 빚고 있다.

전 대사는 박 대통령의 주멕시코 공식방문 기간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다. 하지만 전 대사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가운데 상당수는 외교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현재 국가간 협상중인 내용에 대해 확정적으로 표현하는 등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대사는 5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의 멕시코 공식방문을 결산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 멕시코 공식방문 소회 시크릿'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에서 전 대사는 자신과 박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공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01년 9월 국회 국정감시단으로 주멕시코대사관 방문 당시 경제참사관이었는데 15년 뒤에 대통령과 대사로 다시 만났다고 회고하면서 "그 때 좋은 평가 좀 받았나? 그 결과 본직이 멕시코에 3번 근무하는 천연기념물 외교관으로 등극"했다고 적었다.

또 한-멕시코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면서 "서울에서 오신 분들 긴가민가하는 함. Believe me(믿어 달라). 2017년에 FTA 체결됩니다"라고 밝혔다.

한-멕시코 FTA는 2007년 1차 협상 개시 이후 2008년 6월 양국간 시장접근 기대치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다시 2012년 6월 양국 정상이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멕시코가 한국과의 FTA보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중점을 뒀기 때문으로 이번 박 대통령 방문으로 FTA체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간 경제통상 현안과 이익을 놓고 고도의 수읽기와 협상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현지 대사가 '2017년에 체결된다'고 확정적으로 밝히는 것은 협상전술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전 대사는 전날에 이어 또 다시 박 대통령에 대한 극찬을 이어갔다. 그는 "소프트 외교가 역시 힘이 있음. 박 대통령의 기품, 우아함, 부드러움, 강인함은 멕시코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넋을 빼앗음"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공관장으로 있는 멕시코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결례가 될 만한 표현이다. 가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했는데 주한 미국 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바마 대통령의 남자다운 매력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넋을 빼앗겼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전 대사도 자신의 이 같은 표현이 지나쳤다고 인식했는지 두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내용을 완화했다. FTA에 대해서는 "2017년에 체결을 위해 힘을 합쳐 봅시다"라고 고쳤고, 멕시코 대통령 언급 대목은 "박 대통령의 기품, 우아함, 부드러움, 강인함으로 멕시코에 한국 붐"이라고 수정했다. 글 제목도 '시크릿'을 삭제한 뒤 '박근혜 대통령 멕시코 공식방문 소회'라고 적었다.

비밀이라면 절대 공개하지 말아야 하고, 공개할 내용이라면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한 뒤 해야 하는 것이 외교일선에 나가 있는 공관장의 당연한 책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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