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오바마 아태지역 외교랭킹에 박근혜는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년 임기를 정리하고 안녕을 고하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남은 8개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정권 재창출을 돕고 대외적으로 수차례 순방외교에 나선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상들 중에서 마음속 랭킹 순서를 정해 놓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다분히 외교전문기자의 주관이 섞인 랭킹일 수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과 직접 대화하고 인터뷰하며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어틀랜틱'의 외교전문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가 오바마 독트린을 정리한 기사에서 오바마가 좋아하거나 존중하는 외국 정상들의 랭킹을 제시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래서 8년 내내 골치 아픈 북한 핵문제를 무시하는 등 한반도 정책을 외면, 회피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위는 호주총리, 2위 싱가폴 총리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가 전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바마 외교 랭킹 1위는 놀랍게도 호주의 새 총리인 말콤 턴불 총리로 꼽혔다. 턴불 총리는 워싱턴에는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던 토니 애벗 전 총리를 누르고 2015년 9월부터 호주총리를 맡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새 호주 총리와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었다고 골드버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턴불 총리에게 IS 격퇴작전이 잘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동맹국들과의 복잡한 관계 등 어려움까지 토로한 것으로 이 기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턴불 총리와 마음속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 것은 영어를 쓰고 있고 같은 진보정당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총리에 이어 아태지역 오바마 외교랭킹 2위는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라고 골드버그 기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청렴하고 합리적인 테크노크라트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으로 이 기자는 밝혔다.
오바마 외교 랭킹 3위 아베, 4위 시진핑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상들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속 랭킹 3위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라고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을 견제 하는데 일본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집권한 후 미일 동맹을 최우선시 해왔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아베 일본총리를 외교 랭킹 상위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개인적 친분까지 과시하려 하자 이를 거부해 충격을 준바 있다고 골드버그 기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는 스시집으로 초대해 초밥외교로 개인적 친분까지 과시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의도를 간파하고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거부하고 외교, 경제사안을 정식으로 다루는 데 중점을 두자고 고집해 일본측을 충격에 빠트린 적이 있다고 골드버그 기자는 밝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준비한 스시를 절반만 먹고 젓가락을 놓았다고 해서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는데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이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친분과시를 꺼려 한 이유는 주로 한국의 눈치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사를 부정하거나 수정하려는 일본 아베 정권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다가 과거사 문제는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외교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본 아베 총리와의 지나친 친분 과시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바마 외교 랭킹 4위이지만 친분관계가 아니라 중요도로는 1위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관계야말로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시진핑 주석을 상당히 존중하고 있다고 골드버그 기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전주석 보다 시진핑 주석을 더 존중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이 기자는 밝혔다. 후진타오 전주석은 정상 회담에서도 목차메모를 보고 말한데 비해 시진핑 주석은 자기 확신에 찬 지도자의 스타일을 보여줘 더 호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골드버그 기자는 전했다.
일본 아베 총리 박근혜 대통령보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외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인도의 모디 총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베트남 주석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외교 랭킹에까지 올려놓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골드버그 기자는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겉으로는 한국을 좋아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유대를 과시하고 있지만 속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랭킹 멤버라기보다는 눈치 보는 상대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근년에도 한국의 눈치 때문에 아베의 친분과시를 의도적으로 제지했고 일본만 방문하려다 한국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한국도 방문한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중국견제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화해하도록 강요하다 시피 해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주선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선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군무기로 북한을 파괴시킬 수 있으나 이웃에 한국이 있다"면서 한국 때문에 참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골치 아픈 한반도 정책 8년째 회피
북한이 36년 만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새 직책에 추대했고 핵경제 병진노선 등을 밝힌 다음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무시전략을 펴고 있다. 미 국무부의 정례브리핑 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코멘트 없느냐는 기자물음에 엘리자베스 튀르도 부대변인은 '할 말 없다'고 잘라말해 기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그 이후에도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에선 북한문제를 전혀 공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무시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대해선 8년째 아무 일 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고 있는데 그대로 임기를 마칠 모양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독트린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지만 한반도 정책에서는 골치 아픈 일에 대해선 아무일도 하지 않는 피하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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