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편입이 뭐기에 … 목 매는 한국·중국

2016-05-25 10:53:17 게재

세계 뭉칫돈 10조달러 '쥐락펴락'

중 A주 3번째·한 6년전부터 도전

증시위상 제고에 자금 대거 유입

증권가, 불리한 요구 수용 우려도

한국과 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증시를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지수에 넣으려고 몸이 달았다. 국내 사정은 아랑곳 않고 외국인 투자자 편의를 봐주고 내부 거래제도까지 손질할 정도다.

한국은 MSCI 선진국지수, 중국은 본토 A주의 신흥국지수 편입이 목표다. 한국은 6년째 도전 중이고 두번 낙마한 중국은 내달 15일 세번째 심사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올초 금융위원회 사업계획에 MSCI선진지수 편입 재추친을 못박았다. 경제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 중 외환시장과 증권시장 거래 시간 연장을 발표했다.

대외에 MSCI 편입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셈이다.

중국도 해외 기관투자자들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투자 배정물량을 늘려주고 자금송금 기간도 1주일에서 1일로 바꿔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모두 MSCI 지수 편입에 목을 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왜 일까.

MSCI지수 편입이 증시 위상제고는 물론 해외로부터 막대한 신규자금 유입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금융시장 국제화와 신규자금 유입이 당면 목표고 한국은 외국계 자금의 이탈을 막는 게 급선무.

불안한 두 나라 증시 처지를 바꿔줄 수 있는 묘책이 MSCI지수 편입인 셈이다.

MSCI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작성·발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로 세계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준이 되는 지표이자 최초의 국제 벤치마크(기준수익률). 신흥국이든 선진국이든 MSCI지수에 편입돼 있지 않으면 해외 기관이나 펀드들이 돈을 들고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삼성증권은 현재 MSCI지수를 투자지표로 삼는 세계 펀드와 기관투자자 자금 규모를 줄잡아 10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조5000억달러는 신흥국지수에 나머지 8조5000억달러는 선진국지수에 몰려있다. 이 규모는 FTSE지수보다 9배 정도 많다.

MSCI가 FTSE S&P Dow Jones 등 다른 세계 4대 지수산출기관들을 압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가장 큰 지수라는 의미다.

실제 중국 본토 A주가 신흥국지수에 편입되면 세계 펀드들은 신흥국지수 내 중국 투자 비중을 40%까지 늘려야 한다. 현재 중국은 B 주 등이 이미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세계 펀드들의 중국 투자 비중은 23.6%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자금이 중국 증시로 유입된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줄잡아 3000억달러가 중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윤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펀드 가운데 액티브형펀드들은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란 투자비중을 달리하지만 패시브형 펀드들은 MSCI지수 안에서 나라별 비중대로 투자자금을 집어넣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국은 홍콩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을 포함 증시 대부분이 MSCI 신흥국지수에 다 들어갔지만 본토증시만 현재 빠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MSCI와 해외기관들은 중국 본토 A주를 신흥국지수에 편입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 쿼터(배정량) 추가 배정, 일간 단위로 해외 송금 가능, 실질 주주 권익보호, 거래 정지제도 수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현재 이 조건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본토 A주의 MSCI편입 가능성이 최근 50% 이상으로 높아진 이유다.

1992년 신흥국지수 편입 이후 20년 넘게 신흥국지수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선진지수 편입이 급하다.

중국이 MSCI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중국 비중이 늘어난 만큼 한국을 포함 기존 신흥국지수 편입 나라 증시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최근 해외 금융기관의 지점들이 폐쇄하고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이탈 조짐이 일고 있어 더 부담스런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과 마찬가지로 MSCI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2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타진했지만 그 때마다 증시에 경제까지 부진하면서 번번히 실패한 터라 MSCI측 요구 조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증권가 일각에선 증시와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싱가폴 거래소에 한국물지수선물의 상장 등이 MSCI측이 선진국지수 편입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MSCI는 다른 지수산출기관과 다르게 여러 선결과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시장혼선과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근로여건만 악화시킬 수도 있어 정책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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