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한국 소비자는 '봉'이네

2016-06-30 10:33:28 게재

미국선 '역대 최고' 배상 … 한국엔 '저렴한' 사회공헌기금 제안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배상을 하는데 반해 한국 소비자는 제외돼 비난이 일고 있다. 애초 "미국의 보상안이 정해져야 다른 국가들도 검토할 수 있다"던 폭스바겐 한국법인은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서 17조원 배상 = 미국 법무부는 28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의 미국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피해 배상을 위해 147억달러(17조4000억원)를 지불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내 소비자 집단소송 합의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는 폭스바겐과 미국 정부, 미국 소비자들의 법정 대리인이 합의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이 7월 26일 이를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애초 폭스바겐은 102억달러(12조원)를 배상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크게 늘었다. 차량 소유주는 1인당 5000달러에서 최고 1만달러까지 배상받게 된다. 문제 차량을 중고차로 사들인 매수자들도 해당된다. 배상액은 최초 구매자와 중고 구매자가 50%씩 받게 된다. 할부가 남아 있는 구매자에게는 환불금액의 13%까지 지급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리스로 구매한 경우는 리스를 종료하고 현금보상도 받는다.

소비자 배상액과 별도로 폭스바겐은 미국 환경부에 47억달러(5조6000억원)를 지급한다. 환경에 미친 악영향에 대한 배상과 배출가스 저감 차량 개발을 위한 연구비용 등이다.

이중 20억달러는 10년간 미국내 수소차와 전기차와 같은 무공해 차량 보급을 촉진하는 용도로 쓰인다.

또 각 주정부 등에는 소비자보호법위반과 관련해 6억300만달러를 배상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이외에도 미국 정부에 벌금을 내야 하고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3000㏄급 소유주에게도 배상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225페이지에 달하는 합의문에는 △문제 차량이 불법 상태를 치유할 기술적 방안이 없다는데 동의하고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앞으로 또 다른 조작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만 문제" = 폭스바겐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별도의 배상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폭스바겐은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을 시인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과 엔진이 유럽은 물론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임의설정에 해당하는지는 법률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배출가스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하지만 한국 등에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또 "한국법상 임의설정은 2012년 1월 도입됐는데 문제 차량은 2007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환경부에서 인증받은 차량"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아우디폭스바겐측은 "환경부 리콜에 참여한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1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운영 계획을 협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개별 배상 대신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검찰에 제출된 형사고소건을 통해 수사와 형사 합의를 이끌어내고 환경부에는 문제 차량 교체명령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단 수는 누적 4432명이다. 미국과 같은 배상이라면 400억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사회공헌기금 100억원, 즉 25%만으로 저렴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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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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