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스포루스 제3대교와 유라시아터널

2016-07-01 10:52:05 게재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전략적 요충지다. 페르시아 제국 다리우스 1세 휘하의 70만 대군이 스키타이족을 공략하기 위해 이 해협을 건넜다는 기록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온다. 당시 도강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배를 잇댄 선교(船橋)이었는데 2500여년 이상 배를 통해 건넜을 뿐 다리가 건설된 것이 불과 40년 전인 1973년이었다.

지금까지 건설된 다리가 2개에 불과해 동서양의 교통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초로 사장(斜張)과 현수(懸垂) 방식을 복합한 보스포루스 3대교와 세계 최초의 대륙간 터널인 유라시아 터널을 건설 중이며 금년 중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도시

보스포루스 해협과 흑해가 만나는 지점에 다리를 건설하다보니 기후가 자주 변하고 물살도 거세어 공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맥주병을 연상해 보면 병에 담기어 있던 흑해의 물이 병목인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빠져나가니 물살이 어느 곳보다 거센 곳이다.

사장·현수교를 복합적으로 설치한 이유는 해협을 통과하는 강한 바람을 견뎌야 할뿐만 아니라 차량과 전철도 통행하도록 설계되어 다리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높은 주탑에서 2164 미터 길이의 3대교 건설현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힘을 지탱해 주는 현수 케이블 공사장으로 내려가자고 해 멋모르고 따라가니 공사시설이 좌우로 출렁인다.

현수 케이블 공사를 하기 위해 고양이 걸음(catwalk)으로 움직인다 해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 동행한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 평지를 걷고 있는 듯하였다. 처음 이 구조물을 설치할 때에는 다리 상판이 없었고 바로 보스포루스 해협이었기에 공사 인부들도 밑을 바라보면 아득하고 무서웠다고 한다. 다시 고양이 걸음으로 몇 발자국 발을 옮기다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둘러 내려왔지만 한참 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

보스포루스 3대교의 주탑이 322미터나 되는 위로 치솟는 시설이었다면 유라시아 터널은 해저 106미터 아래까지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해저터널 사업은 보스포루스 해협이 가장 작은 바다라는 마르마라 해와 만나는 지역의 지하에서 건설하는 것이다. 해협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일 뿐만 아니라 해저터널이어서 수압이 만만치 않았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보존지역과 연이어 있어 어느 사업보다도 공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굴착기의 지름만도 13.7 미터이고 그 무게가 3300톤이었으나 수압저항이 얼마나 셌는지 하루 종일 작업하더라도 평균 7미터 정도를 뚫어나갈 뿐이었다고 한다. 1년 반 전에 가 보았을 때는 언제 뚫릴까 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이 암반을 관통해 3340미터 길이의 해저터널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해저터널 완공되면 20분 안에 동서간 통행

현장에서 시내 약속장소로 가는데 수킬로미터의 거리였지만 금요일 오후 퇴근길이어서 2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동서 지역을 횡단하려면 2개의 다리 또는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항상 정체된다. 복층 구조인 4차선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동서간 통행이 20분 안에 이루어져 이스탄불 전체적으로 교통체증 해소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터키의 주력 산업 중에 하나는 건설업이다. 중동·중앙아시아·러시아·북아프리카에 터키 건설사가 가장 활발히 진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최신 공법이 필요한 공사의 경우 터키는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수천 년간 동서양문화의 접점이었던 이스탄불에서 우리 기업들이 건설 중인 보스포루스 3대교와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동서양뿐만 아니라 한국과 터키를 이어주는 색다른 명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윤수 주 터키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