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선율에 빠진 니카라과

2016-07-20 10:54:38 게재
니카라과는 화산과 호수의 나라다. 매일 연기를 내뿜고 용암이 흐르는 활화산 9개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화산이 20여개나 되고 국토 중앙에는 중남미에서 2번째로 큰 니카라과 호수와 마나과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의 3/5 정도 크기인 니카라과는 아열대에 속하는 기후 덕분에 적당한 비가 수시로 내려 땅은 기름지고 산물이 풍성하다. 한국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1951년 11월 니카라과는 우리 국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생할 때 2만4000 톤의 물자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중미에서 가장 잘 살던 이 나라는 1972년 대지진에 이어 1980년대에 유명한 산디니스타 내전을 겪으면서 국토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황폐화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중미권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되어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과 양호한 치안 덕분에 외국의 투자가 늘고 있다.

국악 걸그룹 '퀸'이 아름다운 선율 선사

한국 기업도 29곳이 마나과 주변 4개 자유무역공단에 진출하여 3만5000명의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은 니카라과가 수출하는 섬유제품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마나과 거리를 활주하는 차의 약 30%는 한국산 자동차이며 니카(니카라과 사람을 줄여서 부르는 말)들의 손에는 삼성과 LG의 휴대폰이 들려 있다.

한국과 니카라과는 1962년에 외교관계를 개설했지만 우리는 2007년에서야 마나과에 대사관을 창설했고, 니카라과는 2014년 하반기에 서울에 대사관을 재개설할 정도로 양국간 수교 역사에 비해 교류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다.

이러한 니카라과에 지난 7일 우리 국악 걸그룹 '퀸'이 방문하여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우리 전통악기로 아리랑과 함께 비틀즈의 노래와 니카라과의 국민가요들을 연주하면서 경쾌한 율동까지 보여주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하면서 한국의 구성진 가락과 역동적인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야금과 해금의 독주에 이어 옹헤야, 강원도 아리랑 등의 전통 민요와 Let it be, You raise me up 등 팝송을 우리 전통악기로 연주하고 이 나라 사람들이 제2의 국가라고 부르는 El Solar de Monimbo, La Mora Limpia 등의 연주에 맞추어 화려한 전통 복장을 한 니카라과 무용단이 나와 협연하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엄청난 환호를 보내 주었다.

양국의 문화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음악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며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공연 말미에 니카라과 국립대에서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나와 우리 퀸 그룹과 함께 '홀로 아리랑'을 합창하는 가운데 양국 국기가 입장하자 관중들이 모두 기립하여 양국의 공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함으로써 이번 공연의 의미를 한층 더 고양시켜 주었다.

니카라과 국민 시인 루벤 다리오 서거 100주년

현재 한국과 니카라과의 연간 교역량은 채 2억불도 안 되며 그나마 우리의 수출이 9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한-중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전자. 자동차. 의약품 등이 더 많이 수출될 것이고 이 나라가 자랑하는 최고 품질의 커피. 소고기. 담배가 한국으로 수입될 것이다.

올해는 니카라과 국민들이 자랑하는 시인 루벤 다리오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정부는 각종 행사를 통해 대문호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 있다. 공연 마지막 무대에 나와 손에 손을 맞잡고 홀로 아리랑을 합창한 양국 청소년들의 가슴 속에 우정과 사랑이 싹 트기를 기원한다.

홍석화 주 니카라과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