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지원재단 설립 코앞인데

정부 vs 피해자 여전히 '입장 불일치'

2016-07-22 10:22:52 게재

피해할머니, 국회에 특별법 청원서 제출 … 외교부 "계속 의견 수렴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다음주 공식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반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화해·치유재단이라는 이름과 반대로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이 재단이 고통과 울분의 촉매제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질책하는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위안부 관련 정부대책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를 비롯해 최성 고양시장, 존 던컨 UCLA 한국학연구소장,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과 청원 소개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함께 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21일 이용수·이옥선·박옥선 할머니는 청원서 제출에 앞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가 진행한 위안부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는 재단이 필요한 게 아니다. 피해자는 한 마음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에게 사죄 받고 배상받아야 하는 것을 받고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아베 총리가 우리에게 사죄만 하면 끝나겠는데 할머니들 다 죽기를 기다리니 될 일이 아니다"라고 재단 설립에 반대입장을 표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사전에 할머니들과 논의하거나 할머니들이 동의한 적이 없다. 할머니들의 알 권리, 재산권, 인간존엄, 행복추구권까지 침해당했다. 이번 재단 설립은 불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위안부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 발제자로 참석한 존 던컨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한국학연구소장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인 위안부 할머니와 사전 상의가 없이 이뤄졌다"면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대책도 없이 단순히 한일 정부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아주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피해 당사자들이 정부간 합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합의 내용대로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을 기금으로 한 '화해·치유재단' 설립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반대 입장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피해자 분들의 의견은 재단 준비설립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금 의견을 계속 수렴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더욱더 그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그런 노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재단설립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7월 중 재단설립을 목표로 지금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특별법에는 대통령 소속 '위안부 피해자 생활 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의 장례비 및 추모시설 설치 비용 지원 △관련 사료관 건립·교육자료 발간 및 피해자 실태조사의 연구 지원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의 지정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진상규명 노력에 대한 활동보고서 국회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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