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가득~ 엄마표 간식 열전

2016-07-29 17:41:04 게재

아이 먹거리 건강은 엄마 손으로 지킨다

방학을 하면 식욕도 돋는 것일까. 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엄마들은 아이들 먹을거리 챙기느라 바쁘다. 요즘은 반 조리 식품이나 인스턴트 간식들이 다양해져서 편해졌는데 그마저 마다하고 손수 만들어 먹이는 엄마들이 있다. 편리함과 속도 대신 느리더라도 건강을 선택한 이들의 엄마표 간식을 소개한다.

파주 목동동 장희진 씨
“입 짧은 아이들이 좋아하니 자꾸 만들게 돼요”

“저희 아이들이 입이 짧고 많이 마른 체형이에요. 제가 원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아이들 먹이다보니 요리를 하게 됐네요.”
엄마들이라면 대개 그렇듯 희진 씨도 큰 아이 이유식을 만들면서 요리에 입문했다. 두 입 먹고 밀어내는 아이를 위해 어떤 날은 하루 9가지의 이유식을 만들기도 했다.
밀어내도 자꾸 만들어 들이밀어야 먹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연구를 거듭했다. 여태 아침밥은 걸러서 보내본 적이 없다. 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여름에는 메밀국수 잔치국수를 자주 만든다. 학교 다녀와 두 시 정도 되면 간식을 만들어 먹인다.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싶으면 죽을 끓여 먹인다. 된장 고추장도 직접 담가 먹는다.

효소 직접 만드는 날 엄마도 행복해져
“저희 아이들이 다른 집 애들처럼 팍팍 먹지 않아요. 그런데도 만들어 놨을 때 하나 집어 먹으면 엄마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또 만들고 이렇게 저렇게 연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있으면 자꾸 만들게 돼요.”
수고롭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장희진 씨. 그의 특기는 효소 만들기다. 시어른들 모시고 들에 자주 가는데 봄에 새순이 올라오는 철이면 산야초를 따서 효소를 만들어 놓는다. 잘 씻은 산야초 잎사귀는 물기를 뺀 다음 담가야 효소에서 쉽게 상하지 않는다. 방 하나에 얇은 면 이불을 깔아 놓고 잎을 쭉 널어놓은 다음 창문을 열어놓고 하룻밤 말린다.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방안 가득 맴도는 향은 엄마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계절에 따라 솔잎, 쑥 오미자, 매실을 직접 채취하거나 구입해서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음료수를 찾을 때 물에 희석해 먹인다.

채현?연재 엄마표 간식 <감자전과 오미자 주스>
그냥 감자 요리를 해주면 잘 먹지 않으니까 감자를 갈아서 전으로 부쳐줘요. 갈은 감자에 부침가루와 밀가루 살짝 넣어서 부쳐주면 잘 먹지요. 연근도 갈아서 부침개로 만들면 아삭아삭 하답니다. 직접 담근 오미자 효소를 물에 희석해서 함께 줘도 좋아해요.

파주 문발동 박경희 씨
“자연유산 거듭하며 건강과 먹거리의 소중함 알았어요”

박경희 씨는 2002년에 결혼 해 첫 아이를 낳기 까지 여러 번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다 먹거리에 고민이 닿았다.
“먹는 것이 그 사람이라는 말을 접하면서 먹거리를 바꿔보자, 그러면 내 몸도 건강해지고 임신이 잘 유지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인스턴트보다 직접 조리해 먹으면서 몸이 건강해졌는지 그 후로 아이 셋을 잘 낳았다. 첫째 산이는 백일 무렵 약하게 아토피를 앓았다. 무엇이 원인일까 고민하다 한살림조합원으로 가입해 아이를 함께 키우는 쑥쑥이 육아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집에서 먹는 음식 만큼은 엄마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노력을 들이는 게 엄마로서 아내로서 저의 자존감을 높여줬어요. 요리 만드는 건 원래 좋아했고 지금도 아이들 해 먹이는 게 힘들지 않아요.”
누군가 레시피를 올리면 꼭 만들어서 해 먹인다. 빵이나 쿠키, 떡볶이도 어지간하면 만들어서 먹인다. 그럴 때면 뿌듯하고 재미있다는 경희 씨. 가족의 생일이 되면 케이크도 시중 것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준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썼다고 광고해도 속사정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외부 음식을 차단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먹이는 간식만큼은 엄마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이려고 노력한다.


산?연?헌 엄마표 간식 <말린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를 곁들인 빵>

요즘은 토마토가 제철이죠. 토마토를 햇볕에 잠깐 말린 다음 오븐에 낮은 온도로 구우면 저장성이 좋아져요. 올리브오일에 로즈마리나 통마늘과 함께 넣어두었다가 건져 먹는 거죠.  밭에서 직접 기른 바질로 페스토를 만들어서 빵에 바르고 토마토를 함께 주면 좋아해요.

일산 중산동 신봉재 씨
“고3 수험생 딸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성들인 음식뿐”

신봉재 씨는 요리를 좋아한다. 6년 전 책 ‘집 밥의 힘’을 읽은 후로는 도서실에 가는 수험생 딸에게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들려 보낸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이 시기가 지나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단호박에 견과류를 넣어 꿀과 계피가루를 넣어 찌고 핫케이크 가루로 컵케이크를  만들어 먹이는 등 정성을 다하는 것도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먹거리에 신경 쓰는 일 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험 날 속 편하게 만들어 주는 미역국
아이에게 엄마의 정성이 전해진 것일까. 늘 고마워하는 딸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외부의 도움보다 자기주도학습법을 중시하는 민서의 모습은 집 밥을 짓는 엄마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우엉들깨미역국은 시험 기간에 먹고 딸아이가 “속이 편해서 좋았다”고 말한 이후로 자주 먹이는 음식이다. 점수가 미끄러진다는 속설 때문에 시험이면 피하는 음식이지만 봉재 씨의 생각은 다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섬유소, 오메가3가 들어 있어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믿는다. “혹시 시험 못 보면 미역국 때문이니까 부담 없이 보라”며 학교에 보내는 엄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든든한 응원이 느껴지는 엄마표 음식이다.

 
최민서 엄마표 간식 <조랭이 떡을 넣은 우엉들깨미역국>

우엉을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불린 미역을 볶아요. 물을 넣어 푹 끓인 다음 먹기 직전에 들깨가루를 풀어요. 냄비 하나에 서너 숟갈 정도만 넣어 들깨가루 향이 나도록 해야 먹기 부담 없죠. 국에 밥만 말아 먹어도 좋고 조랭이 떡을 넣으면 훌륭한 간식이 돼요.

일산동 김현이 씨
“아빠가 지은 텃밭 작물로 엄마가 손수 간식 만들어요”

건강을 한 번 잃어 봤기에 먹거리의 소중함을 아는 김현이 씨. 아들 셋을 키우느라 식비가 만만치 않지만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농약 치지 않은 유기농을 먹이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식비는 들지만 약 값은 덜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랄수록 양보다 질이었던 식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큰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에 둘째는 중학교 2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한창 먹을 때라 질보다는 양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
다행히 부지런한 남편이 텃밭을 일구며 4년 째 식비 절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침 50대가 되면서 헛헛해진 마음을 흙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어 남편도 좋아한다.

원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여야 안전해
“요즘은 감자를 캐니까 자주 쪄주죠. 야채 있는 것들 채쳐서 잡채도 자주 해 먹어요. 떡볶이도 자주 만들고요.”
아이 셋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먹으려면 일단 비용이 많이 든다. 포장해서 먹이면 돈은 적게 들지만 아이 몸에 들어가면 다르다는 걸 안다. 현이 씨는 장을 보더라도 반제품이나 즉석 식품은 거의 사지 않고 원재료를 사서 일일이 해 먹인다.
“몸에다가 어떤 걸 집어넣느냐에 따라서 데이터는 다르거든요. 아이들이 키도 크고 건강한 걸 보면 이게 맞구나 싶어요.”
아이도 어른도 바쁜 세상에 간편한 완제품들은 많이 나와 있지만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현이 씨. 엄마와 아빠의 노력으로 삼형제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민준?형석?민석 엄마표 간식 <삭힌 고추로 만든 마약김밥>

텃밭에서 키운 고추에 간장과 식초, 설탕을 넣고 삭혔어요. 김 위에 단촛물 섞은 밥을 올리고, 밭에서 기른 당근과 오이에 달걀, 삭힌 고추를 넣으면 엄마표 마약김밥이 완성돼요. 삭힌 고추가 있기 때문에 굳이 겨자장을 찍지 않아도 알싸하게 맛있답니다. 

중산동 김세연 씨
“태교로 음식 일기 쓸 때부터 깨끗한 먹거리 지켜 왔어요”

“아버지가 미군부대에 다니셔서 어릴 때부터 미제 음식에 길들여진 제 자신이 싫었어요. 뒤늦게 아이가 생기면서 먹는 것만큼은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4년 만에 시험관 아기로 어렵게 큰 아이를 임신한 후 세연 씨는 음식으로 태교를 했다. 육아일지에 그날의 식단표를 적던 임산부는 아이가 태어난 후 자연식 집밥을 요리하는 엄마가 됐다. 덕분일까. 아이들은 한식을 좋아한다. 특별한 음식만 찾지 않으니 밥 해주기가 오히려 수월하다.

바깥 음식은 NO 아이들도 집 밥을 좋아해
“피자는 일 년에 한 번이나 사 먹을까요. 치킨 감자탕 족발도 안 사 먹어요.”
밀가루가 아닌 간식으로 아이들을 뭘 줄까 고민하다보니 감자나 고구마를 쪄 주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비싸도 한 림에서 사 먹이거나 주스나 효소를 조금 달게 얼려 먹인다. 과자나 사탕 이상으로 시중 아이스크림에 설탕이 많이 들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재주가 없어서 특별한 간식은 못 해주고 집에서 야채와 머스터드 소스 넣어 샌드위치 만들어 주고 단호박 쪄주는 정도”라고 겸손하지만 도시에서 이만큼 깨끗한 먹거리를 실천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먹이려고 고민하던 세연 씨는 고양시식생활네트워크 강사로 활동하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


경혜?경지 엄마표 간식 <체다치즈를 곁들인 찐 감자와 토마토주스>

방금 쪄 낸 따끈한 감자에 체다치즈 1/2장을 올려서 열로 녹여 먹여요. 치즈가 짭짤하니까 감자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맛있어요. 토마토주스는 중간짜리 4개에 물 1/2컵, 한살림 올리고당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요. 착즙기로 갈아주거나 오미자효소를 타 먹이기도 해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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