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 초등 교사들에게 들어보는 중2병보다 더 무서운 초4병

사춘기 빨라져… 해결방안 자녀가 함께 모색해야

2016-10-14 00:16:00 게재

# 사례 1. 성격이 조용한 지예(초4)양은 학기 초 아래위 검은 옷을 입고 왔다는 이유로 봉변을 당했다.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 화장실로 불러 “우리 귀신놀이 하자. 검은 옷을 입었으니 네가 귀신이야” 하면서 따돌림이 시작됐다. 이후 카톡방에도 ‘귀신’이라며 놀림은 이어졌고 친구들 사이에서 ‘귀신’이 별명이 되면서 지예양의 마음엔 더 큰 생채기가 났다.

# 사례 2. 운동을 좋아하는 민수(초5)군은 친구들 간의 오해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2학기가 되면서 민수가 아는 학교 밖 친구들에게까지 전반적인 왕따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대놓고 욕을 하고 지우개 가루를 머리 위로 뿌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민수랑 놀면 같이 왕따를 당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주변엔 친구가 사라졌다. 욕설은 단톡방으로도 이어졌고 민수의 마음엔 상처만 남았다.

교육부가 올해 조사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 중 초등 4~6학년 비중이 6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특히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힌 총 2만 6,400명의 초등학생 중 4학년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중2병'이 아니라 '초4병'’이라는 단어가 퍼지고 있다. 중2병보다 더 무섭다는 초4병의 실체와 대처방법에 대해 초등 교사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도움말: 서울목원초등학교 정효선 교사, 서울등마초등학교 정호중 교사

빨라진 사춘기, 스마트폰·학업 스트레스 원인
중고등학교에서 주로 발생했던 학교폭력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초등 고학년들이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교사들은 빨라진 사춘기와 스마트폰, 학업스트레스로 꼽는다.
서울등마초등학교 정호중 교사는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많은 것은 유해 미디어에 대한 노출이 증가한 것과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함께 빨라진 사춘기를 들 수 있다”고 밝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학생들이 자극적이고 해가 되는 미디어에 상당히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얻고 있고 인터넷 BJ가 사용하는 언어를 초등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폭력적인 게임과 선정적인 미디어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하다 보니 판단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은 그 장면을 따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목원초등학교 정효선 교사는 “과도한 경쟁 체제에 놓이면서 초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다.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지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아이들은 항상 가지고 있다. 경쟁의식이 치열할수록 공격성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 초등학교 4학년에 학교폭력이 증가한 이유로 학교폭력에 대한 용어 이해의 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호중 교사는 “초등 4학년부터 온라인으로 학교폭력실태조사를 시작한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 자체도 익숙지 않아 고의성, 지속성이 없이 단지 한 번 싸운 것도 폭력이라고 설문조사에 답해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만약 초3부터 설문조사를 시작했다면 초3병이 나왔을 것”이라 설명했다.

사춘기 증상 그대로 초등으로 내려와
초등학생들의 사춘기, 초4병이라 불리는 초등 고학년들의 사춘기 증세는 전과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이전에 중학교에서 나타나던 사춘기 증세가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호중 교사는 “아이들이 예민해지고 부모와의 대화도 줄어들게 된다. 친구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연예인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경향도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와 별개로 유해 미디어에 노출되거나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문제로 인한 증상도 있다.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집착한다던지 전보다 더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정효선 교사는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만들어 엄마가 못 보게 한다든지, 방문을 잠근다든지, 부모가 들어가면 화들짝 놀라는 등이 사춘기의 시작”이라 설명한다.

초4병, 부모 특히 아버지 역할 중요
아이가 초4병이라면 가정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까? 정호중 교사는 “아이 주변에서 아이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은 부모이므로 무엇보다도 상황을 바라보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느껴진다면 부모는 전보다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관심을 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 좌절하고 자극적인 것에 흥미를 갖게 되고 이것이 사춘기와 맞물린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안정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야단과 질책이 아닌 공감과 경청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문제의 해결방안도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할 것을 권한다. 정호중 교사는 “일방적인 통제와 훈계는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으면서 해결방안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학업 부담이 심하다면 학원을 줄여주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부모와 아이가 합의하여 규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기분이 든다면 ‘심호흡을 크게 한다’와 같이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시험점수 몇 점 받았는지 확인하는 대화가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 긍정적인 대화도 필요하다. 정효선 교사는 “학교에서 이미 아이들은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집에서도 ‘수학 점수가 몇 점이냐’, ‘누구는 몇 점을 받았나’를 물어볼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라”고 권한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 아빠의 영향력은 크다. 정효선 교사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가족회의나 토론을 하면 좋다”며 “특히 아빠와 신뢰가 필요하다. 사춘기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담임과 상담하고 학교 시스템 적극 활용하라
아이가 전과 다르게 짜증을 부리는 횟수가 많아지고 친구들과 자주 다툰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정확하게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는 것도 가장 좋다. 정효선 교사는 “만약 문제가 발생했다면 부모가 나서서 당사자끼리 해결하려하지 말고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일을 처리하다보면 학폭위를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폭위가 열리면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 반 전체 아이들의 설문조사와 1:1 면담 등을 하게 되고 결과를 보고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학교 상담선생님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에 전문상담사가 있기 때문에 요청하면 학부모도 상담도 가능하다.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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