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투자(2009년보다 3.8배 급증) 1600억불' 덩치 커졌지만 쏠림 문제

2016-11-02 10:54:45 게재

미국·유럽 등 고소득국가에 84% 몰빵

신흥국 비중 16% … 개인은 중국 집중

'이론적 최적치'와 괴리, 위험분산 안돼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미국 등 일부 지역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과 민간의 해외 주식투자가 급증해 현재 그 규모만 1600억달러에 달하지만 '몰빵투자'로 투자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주식투자 때도 분산투자 원칙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 주식투자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국내거주자의 지역별 해외 주식투자 현황·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거주자의 지역별 해외 주식투자 비중은 2015년 6월말 기준으로 미국 50.7%, 유로존과 영국 각각 9.0%, 6.2% 등 고소득 지역만 83.6%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흥국 투자 비중은 16.4%에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약 1593억달러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에 비해 3.8배나 급증했다. 어림잡아 1200억달러 이상은 미국 주식에 몰려있고 400억달러 안팎의 자금은 신흥국 주식에 투자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거주자의 총 해외주식 투자 잔액 중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 비중은 2007년 24% 미만에서 올 2분기 66%로 급증했다"면서 "반면 이 기간 은행을 뺀 민간 금융기관의 해외 주식투자 총액은 42% 줄어든 462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투자는 공공부문 주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주식투자가 덩치는 커졌지만 대상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은 미국 등 대선진국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는 반면 개인 등 민간은 대중국 투자지역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2분기 현재 국내 거주자의 중국 주식투자 비중은 7.8%로 전체 신흥국 투자 비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론적 최적치로 제시되고 있는 각 지역 주식시장의 글로벌 비중은 '미주 46%, 아시아·태평양 29%, 유럽 14.8%, 기타 10.4%'.

미국 영국 등 주요국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대유럽 지역투자 비중이 최적 비중에 다다르고 있고 유럽지역 투자자의 경우 역내 투자비중이 이론적 최적 비중을 초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미국 투자비중이 18.3%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대유럽 투자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모든 대상 지역의 최적치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의 투자비중을 보이고 있어 국내 거주자의 모국 투자편향과 더불어 지역별 해외 투자편향 또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해외포트폴리오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별 자산배분을 통한 위험조정 수익의 극대화며 국제 분산투자를 하는 경우 지정학적 위험·산업구조 편중에 따른 위험분산을 통해 위험조정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투자에서 이런 포트폴리오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반인이 최저 해외포트폴리오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주요국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글로벌인덱스펀드 등과 같은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금융권도 이같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투자대상국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예기치 못한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대상국 시장분석과 투자전략의 정교화도 함께 제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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