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호 함석헌학회장
"젊은이들도 함석헌 읽어야"
글로, 행동으로 민주주의 위해 헌신
'민중이 역사의 주인공'
지난달 27일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만난 김영호 함석헌학회장(인하대 명예교수)의 일성이다.
김 회장은 2010년 함석헌학회를 조직, 함석헌사상을 연구, 철학적으로 계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함석헌사상 깊이읽기'(전3권)를 펴냈으며 함석헌학회 중심으로 구성된 함석헌선집편집위원회는 지난 8월 '함석헌선집'(전3권)을 출간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3차례에 걸쳐 '함석헌사상으로 그려보는 새 문명의 청사진'을 강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함석헌선집'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함 선생의 글 중에서 사상적으로 의의가 있는 글, 사회적으로 알려진 글 등 글 94편과 시 11편을 모았다. 분야별로 3권으로 나눠 함석헌사상의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종교적인 의의는 무엇인지 알 수 있게 구성했다. '함석헌사상 깊이읽기'와 함께 읽으면 더 좋다.
또 올해 안에 내가 쓴 함석헌사상 관련 논문집이 나올 것이다. 이 3종의 책이 이해와 연구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함 선생에 대해 잘 모른다.
1901년 출생해 1989년까지 한세기 가까이 생존해 계셨던 함 선생은 일제시대, 공산당 지배에 이어 한국의 근현대사까지 겪으셨다. 일제시대에는 감옥에 여러 차례 가는 등 독립운동을 펼쳤고 이후에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등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헌신하셨다.
한일회담 당시에는 반대 단식을 했고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연금당하는 등 핍박을 받으셨다.
정신적인 혁명가, 운동가이자 사상가로 이 사회의 어르신으로 독특한 존재셨다.
■함석헌사상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의 사상에서 중시되는 것 중 하나가 '씨알' 사상이다. 국민, 백성이라는 의미에 철학종교적인 것이 내포돼 있는 새로운 말이다. 이 속에는 민중들이 꽃피워야 할 비전이 들어 있다. 그는 씨알들, 민중들이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고 씨올사상을 저항운동으로까지 연결시켰다. 이는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했고 공동체 운동의 바탕이 됐다.
■함석헌사상에서는 종교 사상이 중요하다.
함 선생에게는 모든 가치의 기준이 종교였다. 거기서 모든 변화와 혁명의 원리가 나온다고 봤다. 반면 조직을 핵심으로 하는 제도화된 종교에서는 근본정신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개인주의를 넘어서서 '전체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제외시키지 않고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의 전체주의다.
아울러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세계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뜻하는 '온사상', 우주적인 생명관을 중시했다. 여기에는 서구 사상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통찰과 비전이 담겨 있다.
■왜 그의 사상을 읽어야 하나.
그는 문명이 발전했지만 세계가 정신사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데 주목했다.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정착된 듯 보이지만 내면의 민주주의는 정착하지 않았다. 아주 퇴행적 현실이다. 글을 통해 그는 정치, 언론, 교육 등 각 분야별로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밑바닥에서부터 민주적으로 의견이 반영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학벌주의를 비판하고 지방자치를 강조했다. 또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함석헌읽기'에 나서야 할 텐데.
젊은이들이 함석헌사상을 읽어야 한다. 3차례의 강연을 하는 것도 대중과 함께 하는 활동의 하나다. 사상을 설명하고 해설하면서 직접 그의 글을 읽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오는 24일 함석헌학회와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와 시대정신'을 주제로 발표회를 한다. 주로 함석헌사상을 다룬다.
■꼭 읽었으면 하는 글을 추천해 달라.
함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는 '민중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주제를 가진, 아주 독창적인 책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역사관을 갖게 됐다.
사회적으로 처음 발언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씨알 사상과 관련된 '나는 왜 '씨알의 소리'를 내나' 등도 추천하고 싶다. '내가 겪은 신의주학생사건' '나의 어머니' '아름다움에 대하여' 등의 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