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인, 일 많이 하지만 경제적 불안 높아"

2016-11-09 11:34:36 게재

서울연구원 보고서, 유럽연합과 비교

근로이유 54%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서울에 사는 노인들은 유럽 노인보다 더 일을 많이 하고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지만, 경제적 불안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윤민석 부연구위원과 서명희 연구원은 '활동적 노화지수의 서울시 적용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과 세계보건기구,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사용하는 '활동적 노화' 개념을 토대로 서울 노인들의 고용, 사회참여, 독립·보건·안전, 역량·환경 분야를 유럽국가(EU) 상황과 비교 분석했다.

'활동적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생활을 뜻한다. 지수는 4가지 분야에 따라 22개 지표를 측정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수치화한다. 각 지표의 점수들은 노인의 활동적 노화 잠재력 정도와 경제·사회적으로 노인이 얼마나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의 활동적 노화지수는 총점이 38.1점으로 유럽연합국가(평균 33.9)와 비교했을 때 7위로 상위권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고용 분야와 사회참여 분야가 3위에 올라 유럽국가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었다. 연령별 고용률을 지표로 삼은 고용 분야 점수는 서울이 38.5점으로 스웨덴(43.4점), 에스토니아(39.7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영국(35.8점), 독일(34.4점), 네덜란드(33.9점) 등을 제치고, 유럽연합 평균(27.9점)보다도 10점 가까이 높았다.

윤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한국 노인들은 노후 준비가 부족하고, 노인 빈곤율이 48.1%로 높아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노인의 근로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라는 답이 54%를 차지했다. 활동적 노화 측면보다는 경제적 필요에 의한 노동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뜻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OECD 자료를 보면 OECD 국가 노인가구 소득원 가운데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지만, 우리나라는 16.3%에 불과하다. 한국 노인 소득원의 63%는 근로소득이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노인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중심이어서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사회참여 분야에서 서울은 아일랜드·이탈리아(24.1점)에 이어 23.1점으로 역시 3위에 올랐다. 스웨덴(22.9점), 프랑스(22.8점), 네덜란드(22.4점), 룩셈부르크(22.2점), 영국(21.6점), 핀란드(20.6점) 등이 뒤를 따랐다.

서울시는 자원봉사 활동률과 정치적 참여활동에서는 점수가 낮았으나, 상대적으로 돌봄 비율이 높아 유럽국가와 비교했을 때 3위로 점수가 높았다. 지표별로 보면 손자녀·자녀 돌봄(37.5점), 다른 노인·장애인돌봄(38.1점)이 유럽 평균(각 30.6점·11.8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정치적 활동 점수는 서울(0.6점)이 유럽 평균(20.5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독립·안전 분야는 유럽연합국가 노인 평균이 70.6점인데 비해 서울의 노인들은 54.4점에 그쳐 최하위 수준이었다. 덴마크·핀란드(79점)가 1위였으며,네덜란드(78.9점), 스웨덴(78.6점)이 뒤를 이었다. 지표별로 보면 빈곤 위험이 없는 비율에서 유럽 평균은 94.6점이었지만, 서울은 50.3점이었다. 거주지역 안전도도 유럽 평균이 78점, 서울이 53.2점으로 매우 낮았다.

역량·환경 분야의 서울 점수는 55.6점으로 유럽연합 평균(54.4점)과 비슷했다. 지표별로 노인의 생존 가능성(61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64점), 인터넷 사용(62.5점) 등은 유럽 평균보다 각각 12.2점, 6.9점, 32.8점씩 높았지만, 정신적 웰빙 지표는 23.9점으로 유럽 평균(68.2점)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그동안 노인을 부양 대상으로만 보던 관점이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건강한 노인을 구분한 노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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