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재능기부로 밝고 풍성해진 촛불집회
2016-11-23 13:39:20 게재
광화문 광장 안내 '촛불의 길' 어플 개발한 대학생 … 음악·무용·그림꾼 총출동, 의료지원단 꾸린 전문의·의대생
◆강한 분노를 축제로 승화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한 달째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강한 분노를 차분하고 평화롭게 표출하며 흥과 함께 유쾌한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항상 밝고 기대에 차있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는 일반시민들이다.
먼저 IT기술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와 접목한 촛불집회는 빠른 정보와 수평적 소통, 다양한 세대의 참여 등을 이끌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촛불의 길' 어플이 있다. 어플을 실행시켜 '하야로 가는 길'을 누르면 광화문의 상세한 지도가 나온다. 집회 참석의 준비물과 화장실 위치 안내도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촛불켜기와 피켓사용하기, 풍자이미지도 담겨있다. 어플 개발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 유용한 어플"이라며 "국민의 촛불은 바람불면 더 커집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올라온 이 어플은 23일 현재 수천 건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며 지도 내비게이션 부분 신규 인기 어플 1위, 사용자들의 만족도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하고 있다. 어플을 다운받은 사람들은 "이 어플을 박근혜가 하야하는 날까지 지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촛불집회 참석자 수를 파악하는데도 IT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업체인 조이코퍼레이션은 휴대전화 무선신호를 분석하는 자체 기술을 이용해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약 74만명(오차 범위 ±10%)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이코퍼레이션은 "집회 참석 인원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기술을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에서 시도했다"며 "우리 회사의 기술이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춤꾼 나서 살풀이춤, 꽃스티커 화제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상처를 받은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도 두드러진다. 이들은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들며 시위현장을 밝게 만들고 있다.
2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퇴진 광장 촛불 콘서트 '물러나쇼(SHOW)'가 열린다. 이날 공연은 소리꾼 최용석의 사회로 이승환밴드, 강산에, 단편선과 선원들, 해리빅버튼 등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난 19일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가수 전인권씨가 출연해 '행진' '걱정말아요 그대' '애국가'를 시민들과 함께 부르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무용인들도 광화문광장에 나섰다. 매회 진행되는 촛불집회에서 무용인들은 춤 공연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 퍼포먼스를 열면서 광장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장순향 한양대학교 교수(한국민족춤협회)는 광장에서 살풀이 춤을 추고 학생들에게 광장에서 느낀 바를 몸으로 표현해보라며 즉석에서 춤 실습 시험을 보기도 했다.
지방에서도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는 활발하다. 19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촛불집회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이벤트 회사, 음향회사들의 재능기부로 집회무대가 마련됐다.
미술인들과 예술단체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꽃 스티커도 화제다. 미술가 이강훈씨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스티커를 만들어 차벽과 방패 등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겠다"는 글을 올리자 하루 이틀 사이에 26명의 디자이너가 모였고 예술단체인 세븐픽처스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19일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차를 예쁜 꽃벽으로 장식했다.
◆의료인·법률가 등 전문지식 활용 = 의료인들과 법률가들도 자원봉사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2일과 19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을 고려해 의료지원단을 꾸려 활동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의료봉사단을 만들어 촛불집회에 진통제, 연고, 소독제 등 기본적 의료물품을 들고 참여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직접 작성한 '집회 행동수칙'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했다. 이 행동수칙에는 경찰과 마주쳤을 때 등 집회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이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