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충전시간, 힐다잉으로 느껴보세요”

2016-11-25 09:53:40 게재

[‘임종체험 '힐다잉' 프로그램’ 생생 체험기]

‘죽음’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올려지나요? 생의 마지막, 병원 장례식장, 무덤, 남겨진 가족들…. 아직 우리나라에서 죽음이라고 하면 어둡고 부정적이지만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찾도록 도와주는 웰다잉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유서를 쓴 후 수의를 입고 입관까지의 임종체험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힐다잉' 프로그램’에 리포터가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죽음 아닌 삶의 의미 찾는 시간
지난 11월 17일 오후 2시, 리포터는 미리 예약한 대로 임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영등포에 있는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감사함을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에 임종 체험 신청을 했다. 이날 자신의 임종을 미리 체험해 보기 위해 복지관에서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했다.
임종체험의 시작은 영정사진 촬영이다. 일렬로 서서 자기 차례가 되면 영정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사진을 찍고 나면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삶과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여기 오면 죽는 거 알고 오셨어요?” 강의를 맡은 효원힐링센터 정용문 센터장의 질문에 사뭇 분위기가 진지해진다.
“이곳은 죽음에 대한 감정체험입니다. 우리나라는 죽음을 터부시해 ‘이제 곧 죽을 텐테 이런 체험을 왜 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수의나 묏자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한번 맞이해보고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죽을 때가 돼서야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이야기하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삶 어떻게 마감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삶의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되니 임종체험도 그런 취지에서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첫 단계 ‘영정사진’
50분간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강의가 끝나면 강의실 밖 탁자에 시작할 때 찍은 각자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장례식장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검은 띠가 둘러진 낯선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고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길을 묘사한 어두컴컴한 천국의 계단을 올라가면 장례식장을 연상하는 체험관으로 들어선다. 분향소처럼 꾸며진 이곳엔 이미 고인이 된 유명인들의 영정 사진과 수십 구의 목관이 있고 그 위에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각자가 들어갈 관 옆의 책상에는 초가 켜져 있다. 거기에 자신의 영정사진을 놓고 마음처럼 생각처럼 살아보지 못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억척같은 삶을 살았나?” “바라던 삶, 갖고 싶은 행복은 무엇이었나?” 는 질문에 자신을 돌이켜본다. 죽음은 태어난 순서대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니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이고, 나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이제 자신의 영정사진 앞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유서를 쓸 시간, 처음 맞닥뜨리는 유서에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유서를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들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전해질 편지라 생각하니 먹먹함 마저 전해진다. 자식들 이름 석 자를 쓴 후로 더는 쓰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인다. 후회되는 게 너무 많아 어떤 말을 어떻게 써야 할까?
유언서를 작성하는 동안 먼저 작성한 이들의 낭독이 이어진다.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눈물을 흘리며 읽어가는 내용은 ‘사랑한다’ ‘용서해다오’가 대부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 고맙습니다. 엄마 때문에 상처받은 것 있다면 용서해주세요.” “내 새끼들아, 태어나 줘서 고맙고 잘 자라줘서 고맙고, 학교 잘 다녀줘서 고맙다. 고마움뿐인데 전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이제 세상을 떠난다. 서로 우애 있게 잘 살아주는 것이 엄마 소원이다. 좋은 시간 같이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 유언장에는 원망하는 말보다는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만 가득했다.

관 속에서 10분, 삶을 되돌아보다
드디어 파란만장한 삶을 정리하는 시간, 대마 수의를 입고 관으로 들어가면 저승사자가 와서 문을 닫고 망치로 쾅쾅쾅 못을 박는다. 세상과 이별하는 10분, 사방은 어두컴컴하고 고요하다. "이 시간 가장 후회되는 것, 당신의 죽음에 가장 가슴 아파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관속에서 내 삶을 돌이켜본다.
10분이 지나면 “저승에서 우리를 힘들게 한 나쁜 것은 모두 두고 행복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관이 열리고 축하를 받으며 함께 체험을 한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며 격려의 인사를 나눈다.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한다.
죽음을 생각했을 때 소중한 것이 더욱 분명해질 터. 바쁜 일상에 치여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았다면 힐다잉체험으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웰다잉 체험 할 수 있는 곳

◎ 효원힐링센터에서 운영하는 ‘힐-다잉’ 프로그램
효원힐링센터에서 운영하는 ‘힐-다잉’은 힐링(Heal)과 죽음(Dying)의 합성어로 가상의 죽음체험으로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화해, 용서, 사랑 실천 프로그램이다. 효원상조회에서 김상봉 회장이 사회적 기업으로 고객에게 사회에 환원하고자 2012년 12월부터 시작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된다.
문의: 1644-3350

◎ 아름다운 삶 임종체험 수련
아름다운 삶 임종체험 수련(pre-death experience)은 체험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설계해보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2002년부터 시작한 수련프로그램이다. 자서전 쓰기, 죽음 명상, 유언장 쓰기, 묘비명 쓰기, 입관 체험 등으로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서초 능인복지관에서 진행되며 비용은 5만 원이다.
문의: 070-4139-0337

◎ 서울시설공단 웰다잉 투어
서울시설공단의 웰다잉 투어는 묘역과 종교 관련 유적을 탐방하고 죽음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한다. 용미리묘지와 망우리묘지 등 서울시립묘지, 한옥마을, 배재학당, 정동교회, 천주교 절두산성지, 김수영 문학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4월부터 10월 말까지 15차례에 걸쳐 토요일에 운영된다. 사색투어, 생생투어, 성찰투어 등 3가지 주제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1만 원이다.


미니 인터뷰_ 효원힐링센터 정용문 센터장

“임종체험으로 마음의 상처 치유하세요”
지난 2012년 효원상조에서 사회환원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효원힐링센터의 힐다잉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용문 센터장은 “죽음을 간접 경험하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인생을 되돌아봄으로써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라 소개한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입관 체험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해서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이제는 청소년은 물론 대학·관공서·기업·종교단체와 노인 단체에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자살을 결심했다가 체험 후 자살을 철회하거나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참회하고 돌아가는 경우,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가 화합하는 등을 죽음을 체험하고 나면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된다”며 “복잡한 세상을 살다 보면 부부간, 가족 간 갈등이 심화되고 몸과 마음에 상처가 깊어진다. 치유 받고 화해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장이 바로 힐다잉 프로그램”이라 소개하며 용기와 시간을 내어 임종체험을 경험하고 상처를 치유 받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내일신문 기자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