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뒤 26명 사망, 백신 문제없다?

2016-12-05 10:33:10 게재

'원인불명이면 인정' 대법원 판례 불구 … 질본 "이상반응에 사망 사례 없다"

쇼크, 구토로 급사 질식사 가능한데 … 명확하지 않다며 예방접종 연관 부인

최근 5년동안 26명이 예방접종을 받은 후 사망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백신)과 상관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일부 예방접종 주사 등으로 쇼크가 발생하거나 구토로 인한 급사나 질식사가 일어날 수 있음에도 모든 사망 건을 사망자가 앓던 병이나 돌연사 등으로 판단했다.

특히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장애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방접종과 연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약 허가사항에 사망사례가 없다"며 사망 피해보상에 '나몰라'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백신 허가사항에 사망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예방접종에 의한 사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각종 의료분쟁에서 의료사고의 원인을 환자에게 증명하라는 논리와 같다"며 "예방접종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으면 그 연관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유아는 돌연사, 성인은 기저질환을 원인으로 판단 경향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도봉갑)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1월 ∼ 2016년 8월 예방접종 이상반응 신고된 사망자의 피해보상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26명이 예방접종 직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중 15명이 8세 이하 아동이였다.


복합접종을 포함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8건, DTaP/폴리오 예방접종 후 7건, 폐렴구균 예방접종 후 7건, b형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예방접종 후 3건, B형간염 예방접종 2건, 일본뇌염 예방접종 후 1건 등으로 나타났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예방접종 직후 사망자가 생기면 해당 의료기관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신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예방접종한 백신 자체의 오염, 이물질 유입 가능성, 그리고 사망자의 이상반응 증상 등을 종합해 사망 원인을 판단한다.

그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5년간 예방접종 직후 사망자는 예방접종 백신과 관련성이 낮다고 결정했다.

이 중 유가족들이 보상 신청한 6건에 대해서도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는 기각했다.

영유아의 경우는 원인불명, 음식물이 기도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돌연사 혹은 질식사 등으로 판단했고, 성인은 주로 기존에 앓던 질환 탓으로 사망 원인을 돌렸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담당과장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에 따라 역학조사를 벌였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신의 허가사항'에 사망 사례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아 예방접종 후 최종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백신과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2014년 5월16일에 선고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대법원은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완전히 방지할 수 있는 현재의 의학수준이 아니고 그 장애의 발생 기전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아니하므로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이 발생한 사이에 시간적 공간적 밀접성이 있고,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당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고 판시했다.


예방 접종 외 다른 원인이 없으면 관련성 인정해야 = 26건의 사망사례를 들어다 봐도 예방접종 후 사망자들이 백신과 연관성이 낮다는 보건당국의 판단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와 보건소에 따르면, 인플푸엔자 예방접종 후 근육통, 관절통, 불쾌감, 발열 드물게 쇼크 반응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2013년 10월 14일 인플루엔자예방접종을 받고 사망한 8세 아이(당시)는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고려할 때 심근경색 등 다른 요인으로 사망가능성이 높다며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드물지만 쇼크에 의한 사망할 수 있음에도 부인한 것이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DTaP) 접종 후 통증, 발진, 압통이 단 7일이내 증상완화 어지러움, 구토, 발열, 경련, 드물게 과민성 쇼크, 뇌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2012년 2월 6일 사망한 6개월 여아는 사망당시 엎드린채 토사물이 관찰됐다며 동일백신 접종자에게서 이상반응자 없어 질식에 의한 사망이고 백신에 의한 인과성 낮다고 보건당국은 판단했다.

인재근 의원은 "예방접종과 사망사고의 연관성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논란의 심화에는 보건당국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방접종 후 사망의 연관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고 있는 대법원 판례 취지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지침을 대법원 판례에 부합되게 변경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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