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중소 조선사 … 성동조선 수주잔량 10월이면 바닥

2017-01-11 11:08:53 게재

6700여명 실직예고

3월 SPP조선에 이어

중형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이 오는 10월 조선소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3월초 일감이 바닥나는 SPP조선에 이어 성동조선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하면 선박건조가 중단된다.

철거되는 골리앗 크레인│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터에 남아 있던 700t 골리앗 크레인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산업 쇠퇴로 조선소 핵심설비인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크레인은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190억원이 나왔으나 국내에서 매입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가 헐값에 매입했다. 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11일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이 24척 남았다"며 "대부분 10월쯤 인도가 끝나기 때문에 더 이상 회사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가뭄을 겪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조선사들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작년 채권단의 4조2000억원 신규 지원과 지난해 자본확충을 통해 위기를 넘겼지만 중소형 조선사들은 이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철저한 자구계획 이행과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원칙을 세웠다. 금융위는 "중소 조선사도 자구계획을 통해 유동성 부족을 자체 노력으로 해결하되 자체 대응 곤란 시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혀 법정관리나 청산을 시사했다.

신규 수주를 못하면서 건조할 배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SPP조선은 3월초 마지막 선박의 인도가 끝나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약 66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지난해 4000여명에서 660여명까지 줄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규직 468명이 희망퇴직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1000여명이 실직했다.

현재 성동조선에는 1700여명의 정규직이 근무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은 5000여명 가량된다. 성동조선의 물량이 사실상 떨어지는 10월에는 6700여명의 대량 실직이 예고된 상황이다.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는 "당장 5~6월에 건조 선박의 우선 공정 부분의 작업이 모두 끝나기 때문에 대규모 실직이 이뤄질 것"이라며 "신규 수주를 못하는 것은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 수주 문제로 손실이 크게 발생했고 채권단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며 "또 다시 저가 수주에 RG를 발급해줄 수는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대형 조선사의 경우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서라도 수주를 따내기 때문에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중소형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며 "시황이 좋아지면 성동조선은 살아날 수 있는 회사지만 채권단이 다른 대안 없이 원칙만을 고수해 회사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성동조선 노조는 11일부터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상경 투쟁을 시작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형조선사들도 점차 사이즈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성동조선 문제는 안타깝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계획에서 중소형 조선사들의 통폐합이나 매각을 밝힌 바 있다. 이후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도 신규자금 지원 불가 원칙에 따른 것이다.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원칙을 세워놓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며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원칙을 재정립할 결정권자가 없다는 게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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