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건강보험재정 '고갈'된다고?
건보료는 매년 거둬 … 황당 논리
"20조 흑자분 투자하려는 꼼수"
기획재정부가 '2023년 건강보험재정이 고갈된다'며 기금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정안전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지 않고 20조원 넘는 흑자 기금을 투자하는데 골몰하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7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제4차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협의회에서 "건강보험 등이 2023년 누적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라며 "해당 기금관리 기관별로 보다 면밀한 중기재정추계 보완작업을 바로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재정안정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본래 건강보험재정관리는 국민연금기금과 달리 애당초 적립방식이 아니라,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은 지난해 수입 지출을 고려해 내년에 거둬들일 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단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불확실한 장기적인 추계를 이유로 고갈 운운하는 것은 현재의 기금을 투자에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진현 서울대간호대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지난 10년 전부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론을 펼쳤는데, 지금 20조원 넘게 흑자상태다"며 "기재부가 단독으로 기금관리방안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고령사회에 노인의료비 지출이 늘어 날 것을 대비한 보험료나 국고지원 수입확보와 지출관리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정적인 국고지원 확보를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한정 지원키로 되어 있는 국고지원을 우선 연장해야 하고,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해결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14%,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속적으로 예상수입액을 적게 추정한 후 국고지원을 한 결과, 10조원 넘게 덜 지원받게 됐다.
이와 관련 현행 국고지원 연장하는 것으로 부처간 협의 중이고, 관련 건보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