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혼밥 말고 같이 밥 먹어요"

2017-04-11 10:58:38 게재

공유부엌 청년식탁 등 공유문화 확산

서울시 "1인 가구 급증 … 지원 계속"

서울 자치구에 부엌을 공유하는 '밥 나누기' 바람이 불고 있다. 홀몸노인과 청년세대 등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먹는 밥인 '혼밥' 대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공유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전통시장 내 있는 암사공동체마당에서 청년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차려먹는 공동체 모임인 청년식탁 활동을 하고 있다. 청년식탁은 주민이 만들어가는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을 내용으로 하는 암사동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사진 강동구 제공


동작구는 5월부터 신대방1동 주민센터에서 '행복나눔 공유부엌'을 운영한다. 행복나눔 공유부엌은 동주민센터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매주 1회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지역 주민들이 음식을 함께 조리하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동작구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6차례 진행했으며 올해 본격 시행한다. 구는 또 4월 15일부터 10월 29일까지 구 자원봉사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10시 30분~12시 30분 공유부엌도 운영한다.

종로구도 4월부터 행촌동 '행촌共터'에서 공유부엌 '느린 곳간'을 운영한다. 계절에 맞는 밥상나눔 축제와 함께 반찬 나눔과 건강요리 강좌도 연다.

구로구는 개봉3동 마을회관에서 '이심전심 마을회관 공유주방'을 운영하고 있고 있다. 전통장 잠그기를 비롯해 반찬만들기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해 요리와 식사를 나누고 있다.

은평구 진관동 공유부엌은 주부 25명이 월 2만원씩 회비를 내서 운영하고 있다. 김치 같은 공통으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임대주택 노인 11가구에 반찬 배달봉사도 한다.

강동구에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차려먹는 공동체 모임인 '청년식탁'이 생겨났다. 청년식탁은 매월 1·3주 월요일, 2·4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 암사전통시장 내 건물 2층에 마련된 암사공동체마당에서 열린다. 현재 8명의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

도봉구 쌍문1동 마을모임인 '징검다리'는 '함께 밥 먹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징검다리 회원들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혼밥'하는 청년들과 함께 매월 메뉴를 선정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유부엌 사업을 추진해 온 동작구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혼자서 '컵밥' 등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다"며 "지역 주민들이 부엌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요리를 함으로써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유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유부엌은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음식을 나누는 역할도 하고 있어 마을 주민들간의 유대감 형성과 사귐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공유부엌 확산에 대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독거노인과 청년 등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공동체문화가 무너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세태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공유부엌 등 공유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0%로, 전국 1인 가구 비율인 27.3% 보다 높다.

전 혁신기획관은 "공유부엌과 청년식탁 등을 통해 주민들이 고립감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단절된 현대인들의 관계를 연결해 주는 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25개 자치구가 신청한 78개 공유사업에 대해 3억1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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