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상공인 무시한 대선 후보들

2017-04-12 00:00:01 게재
"먹고 살기 힘든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책을 듣고 싶어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실망스럽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들이 소상공인을 무시하는 걸 보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11일 저녁 친분있는 소상공인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쏟아졌다. 하소연을 들으니 이들이 분개하는 이유에 공감이 갔다.

소상공인연힙회는 이날 오후 3시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소상공인 정책공약 발표 및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행사는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소기업학회 한국부인회총본부가 주관했다.

이번 행사는 지방의 소상공인들도 적극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법정단체로 출범한 후 최초로 가진 대선후보 초청 행사였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소상공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한달전 각 당과 선대본부에 토론회 개최 안내와 대선 후보의 참석을 바라는 공문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참석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그 외 후보들은 참석한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들의 기대는 컸다.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11일 행사가 시작되는 3시까지 도착한 대선 후보는 무소속 김종인 후보 뿐이었다. 대선 후보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대부분 빈 상태에서 행사가 시작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 도착시간은 3시 50분경이었다. 연합회에 따르면 안 후보와 심 후보는 행사 4일전에 이미 연합회에 참석 시간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4일전에 참석 못한다는 의사를 연합회에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한달전부터 참석여부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금요일에 가서야 불참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당일에 행사 불참을 통보했다.

참석한 후보들도 자신들의 발언만 마친 뒤 퇴장했다. 소상공인들이 제안한 10대 과제에 대한 정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그나마 퇴장하려던 일부 후보를 잡고 두어가지 질문을 한 게 콘서트의 전부였다.

결국 기대가 컸던 콘서트는 엉망이 됐다. 이를 두고 복수의 소상공인단체 대표는 "오늘 모습이 소상공인이 처한 실상"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한달전부터 준비했고, 모든 후보들에게 당일 상세계획까지 전달됐다. 그런데도 행사에 늦거나 참석하지 않는 행동을 보면 대선 후보들이 소상공인과 국민을 대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소상공인단체 대표가 긴 한숨을 내쉬며 던진 말에서 '헌법 1조'가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선 후보들은 여전히 '국민'을 '표'로 보는가.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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