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명, 보조금 장벽 넘을까

2017-04-25 10:41:27 게재
전기자동차는 요람을 벗어나 스스로 설 수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GM은 최근 열린 뉴욕국제오토쇼에서 3만7500달러 전기차 '쉐보레 볼트'와 이와 비슷한 사양의 1만7000달러 가솔린차 '쉐보레 크루즈'를 동시에 선보였다. 외부 평가는 '아직 전기차는 멀었다'는 게 대세였다. 볼트가 잘 만든 차이긴 하지만 내연기관차보다 2만달러 이상 웃돈을 주고 구입할 만한 매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조사업체 '에드먼즈'는 "미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7500달러 보조금을 없앤다면 전기차 시장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업체는 조지아(옛이름 그루지야)의 사례를 들었다. 조지아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1대당 5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의 각축장이 된 나라다. 2014~5년 전기차 비중이 전체의 4%까지 이를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보조금이 중단되자 0.5% 미만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특기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지아 전기차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던 일본 닛산의 전기차모델 '리프'는 보조금 중단으로 철퇴를 맞았지만, 고급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 오히려 현재는 보조금이 지급되던 때보다 더 많은 테슬라 전기차가 조지아에서 팔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예외적 사례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과 기능면에서 필적하는 날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앞서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테슬라 모델3는 경쟁차종인 닛산 리프나 BMW의 i3와 달리, △가솔린 차보다 더 빠른 가속능력 △확장된 주행거리 △고르게 분포된 고속충전 네트워크 △오토파일럿(자동조정장치)과 무선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신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3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럭셔리 전기차다. 연방·주정부 보조금 정책이 바뀐다 해도 테슬라의 인기를 꺾을 수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는 대당가격이 7만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전기차가 보조금 장벽을 돌파하려면 가격혁신을 이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의 원가를 잡아먹는 가장 큰 부분은 배터리다. 중형급 전기차 가격의 절반이 배터리 비용이다. 이를 빼면 내연기관차보다 생산, 유지비용이 싸다. 르노자동차가 배터리없는 전기차를 파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매월 리스비를 지불하고 배터리를 이용한다. 다행히 배터리원가는 매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26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진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1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은 곧 사라진다. 각 제조업체가 20만번째 전기차를 판매하고 나면 보조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 테슬라의 경우 내년에 운명의 날이 돌아올 전망이다. 닛산과 GM의 날도 그보다 멀지 않았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연장조치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를 비싸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아직 대량생산을 이끌어낼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기 모델들의 경우 연간 생산대수 10만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차에 쓰이는 부품을 가져다 쓰는 가격도 높아진다. 물량부족과 배터리비용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전기차업계는 좌절에 좌절을 거듭해왔다. 그래서 정부보조금이 전기차업계를 살리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전기차 산업의 출현에 정부보조금은 크나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게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업계가 맛봤던 '절망의 심연'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테슬라 모델S세단과 X SUV의 경우 고가에 걸맞은 최고급 성능을 갖춘 첫 번째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또 모델3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당 3만5000달러대에 출시된다. 닛산 리프 역시 오는 9월 배터리 성능이 크게 향상된 신모델을 내놓는다. 가격책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만달러 이하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인정받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18년엔 폭스바겐도 가세한다. '아우디 SUV'를 전기차로 내놓고 미국 내 고속충전소를 대폭 확충한다. 테슬라의 전기충전소인 '수퍼차저 스테이션'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재규어와 볼보 역시 야심찬 출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엔 마침내 전기차 제조업체 간 빅뱅이 벌어진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 GM 등이 수십종의 신형 전기차를 내놓는다.

블룸버그는 "미 행정부의 보조금이 내년부터 중단되지만 조지아처럼 전기차 시장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가장 위험한 시기가 지나고 있으며 반대로 가장 역동적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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