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서울특별시
"미래는 창조하는 것 … 갇힌 '생각의 틀' 깨는 데서 시작"
미래인재, '2015개정교육과정'과 고교수업 연계로 양성
서울교육청 '질문이 있는 교실', 협력적 인재 육성 제시
"속이 좀 후련하네요. 사실 그동안 학교교육의 종착역이 대학가는 문제라고만 생각했어요. 다른 학부모들도 다 그렇잖아요. 그런데 콘서트에 와서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강남으로 이사 가는 문제는 좀 더 고민해보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인 최경애(가명.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씨가 학부모콘서트 소감을 말했다. 최 씨는 미래 사회가 얼마나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갈 것인지, 부모입장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씨와 함께 참석한 윤지혜씨는 "부모의 단순한 생각과 욕심이 아이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고, 미래 진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학부모 700여명이 모였다. 서울교육청이 9번째로, 사실상 이 정부 마지막 '학부모콘서트'가 됐다. 패널로 참석한 교사나 전문가들은 입맛 까다로운 서울 학부모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교육연수원 강당은 학부모들의 질문과 패널들의 토론 열기로 후끈했다. 서울지역 역시 최근 변하는 교실수업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는 자리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특강에 학부모들의 생각은 무장해제 됐다. '적응 그리고 협력'을 주제로 미래사회를 진단했다. 적응과 협력이 왜 필요한지, 종의 생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햄버거도 못시켜먹게 될 것'이라는 경고에 학부모들은 진지한 웃음으로 답했다.
송 부사장은 "직업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이 안정성이 높고 유망한지가 아니라, 개인이 지닌 특성을 살려 직업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기존 직업을 로봇에 내줘야 한다"며 "직업은 더 이상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협력과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는 선생님 답이 틀릴 수 도 있다' '마우스조차 버거운 엄마들은 고통과 갈등 속에서 사멸하고야 말 것'이라고 데이터를 통해 제시했다. 송 부사장은 "로봇이 쓴 소설이 당당히 신춘문예 심사 1차 통과하는 세상이다. 의사와 약사를 대신하는 로봇시대에 의대생이나 대학원생을 뽑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실제 미국에서 로봇이 제조한 약 200만건 중 오류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사회는 '융합형 인재'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좋은 직업은 더 이상 좋은 직업이 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미래에는 인간이 서로 관찰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발전시켜야 '종의 생존'을 이룰 수 있다"며 "직업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학력이 아닌 '역량' 선택=토론은 '오늘, 우리의 교육, 공부의 재발견, 미래교육의 희망 공감'을 주제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금희(신상중 학부모)씨는 "교육정책 변화가 학부모 불안을 불러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까 걱정이 크다"며 "자유학기제가 고교에선 다시 입시공부 형태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우려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미래교육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주문했다.
석철진 경희대 교수는 "미래는 예측이 아닌 창조하는 것"이라며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원론적인 고민에서 출발하자"고 말했다. 석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하늘의 뜻과 땅의 이치를 깨닫는 게 공부'라는 철학을 전제로 '책보다 더 넓은 세상'을 제시했다. 석 교수는 "이제 교과서에 형광펜으로 밑줄 긋는 시대는 끝났다. 망치로 두드려서 갇힌 생각의 틀을 깨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깨달음을 얻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 교수는 "기업은 더 이상 학력을 원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며 "취업에 학력이 아닌 '역량'을 중심으로 마인드와 태도를 보고 결정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김응빈 연세대 입학처장도 변화되는 대학입시 질문에 답했다. 김 처장은 "미래는 과거에서 얻는다"며 "단언하건데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 개정교육과정 등 교실수업 개선과 다양한 학교생활 활동이 대학입시에 무조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문제풀이만 잘하는 학생은 뽑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처장은 "각 대학들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을 뽑고 있고, 더 늘려나가는 쪽으로 입시정책을 세우고 있다"며 학생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강조했다. 유대환 원묵고 교장도 변화하는 서울시교육정책을 설명했다.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년제로, 서울형 맞춤형 교육정책을 소개했다. 3년 전부터 시행한 창의성교육, 상상교육프로젝트교육 등 서울시 '교육공동체' 정책을 설명했다.
특히 '질문이 있는 교실'은 학생이 교실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사회 협력적 인성을 갖춘 인재육성'을 비전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질문과 토론이 살아있는 수업'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개성과 잠재력을 키워주는 수업'은 경쟁대신 협력을 추구하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지켜봐야= '공부의 재발견'에서는 학교현장의 변화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송현석 서울 신일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수업 과정을 설명했다. 송 교사는 "그동안 듣기만 하는 수업에서 직접 참여하며 생각하는 수업은 아이들이 수만큼 정답이 다양하다"며 "아이들의 개성이 다른 만큼 맞춤형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선희 명일중학교 교사도 "홍길동전을 공부하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형법과 민법,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경험했다"며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실수업 변화가 진정한 교육혁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방식을 개발하고 시행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본 행사에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질문이 있는 교실과 협력종합예술 정책으로 교실수업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소통과 협력, 문화예술적 감수성, 미적 감수성을 갖춰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2015개정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와 교실수업 변화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질문했다. 답변에 나선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학생중심 수업, 다양한 체험활동, 문이과 통합, 진로 맞춤형 교육 등 학교의 변화는 아이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키워낼 것"이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또 "학부모들이 교실수업 변화 이후 학교와 교사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교육혁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초중고 교실수업 개선이 대입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수능제도 변화를 요구했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교육부가 올 7월에 발표할 새로운 수능제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유대환 교장은 "대입이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초중고 교육과정을 지배하고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입제도 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유 교장은 "창의 인성을 교육을 통한 인재를 뽑는다면서 수능시험을 EBS 70%와 연계하고 있는 것은 심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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