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닮은꼴' 정계개편 기반 마련됐다

2017-05-17 10:56:03 게재

민주당-정의당, 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층 '정책태도 동질화' … 대북정책·사드에 같은 입장

5.9 대선이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등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당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내부에 찬성론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정계개편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었다. 대북관계나 사드 배치, 재벌개혁 등에 대한 정당 지지층 블록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의 5.9대선 패널 2차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 간의 정책에 대한 의견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민주당 지지층의 71.6%가 '즉각 대화를 재개하고 핵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화재개에 동의한 정의당 지지층 비율도 71.1%였다. '핵포기 선언을 할 때까지 강경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14.5%, 정의당 지지층의 17.6%가 동의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대화재개 찬성'이 53.6%, '강경태도 유지'이 33.6%였고,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대화재개 찬성'이 48.7%, '강경태도 유지'가 39.2%였다. 이 문제와 관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이 또 다른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했다. '대화재개 찬성' 의견은 27.3%, '강경태도 유지'는 54.8%였다.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70.5%, 정의당 지지층의 74.5%가 동의했다. 반면 국민의당 지지층의 동의 비율은 62.0%, 바른정당 지지층의 동의 비율은 61.6%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보다 약 10%p 적은 51.6%가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책에 대한 정당 지지층별 블록화는 사드배치에 대한 태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민주당 지지층의 47.4%, 정의당 지지층의 49.2%가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국민의당 지지층의 29.4%, 바른정당 지지층의 23.6%만이 '국회논의'에 동의했다. '사드배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민주당 지지층 27.2%, 정의당 지지층 22.4%, 국민의당 지지층 51.3%, 바른정당 지지층 52.5%로 두 그룹간 차이가 뚜렷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의회논의' 6.4%, '배치인정' 67.2%였다.

재벌수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에 대해서도 민주-정의당, 국민의당-바른정당의 블록화 현상이 확인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련된 재벌들을 계속 수사하는 것은 한국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은 민주당 지지층이 25.0%, 정의당 지지층이 17.7%였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 지지층의 동의비율은 46.9%, 바른정당 지지층은 38.7%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75.4%가 동의했다.

이런 입장은 차선 후보 선호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44.4%가 차선후보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꼽았고, 심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59.0%가 차선후보로 문 후보를 꼽았다. 안철수 후보를 차선후보로 꼽은 문재인 투표층은 23.0%에 불과했다. 반면 안 후보 투표층의 33.5%가 차선 후보로 유승민 후보를 꼽았다. 문재인 후보를 차선후보로 꼽은 안철수 투표층은 32.8%였다.

이와 관련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이것은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과 정당 후보 간의 지지연합이 어느 정도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정치인 중심의 인위적 정계개편이 아니라 유권자 중심의 바람직한 정계개편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특별기획 - 5.9대선 패널 2차 조사①] 새정부 기대 크지만 경제는 '걱정'
"시간 걸려도 다른 정당 설득해야" 56.1%
"일자리 추경 찬성" 68.4%
문재인정부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남봉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