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대동세상'으로 되살아난 5월 광주
시민들 '임을 위한 행진곡' 목청껏 불러
주먹밥 나누며 5.18항쟁 의미 되새기기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추모열기가 37주년 기념식과 전야제로 절정에 이르렀다. 두 행사에 추모객 1만여명이 각각 참석했고, 17일까지 5.18 국립묘지에 21만4000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5.18 위상 높아져 = 이번 5.18행사는 문재인 대통령 참석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정권교체로 진실규명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시민들은 예년과 달리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기념식 참석 여부를 묻고 전달하면서 추모열기를 이어갔다.
높아진 위상은 행사 곳곳에서 쉽게 확인됐다. 우선 행사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커졌다.
보훈처는 18일 기념식 참석인원을 애초 4000명으로 잡았다가 1만명 이상으로 수정했다.
전야제가 열렸던 옛 전남도청 광장에는 100여개 단체가 참여해 거리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추모객들이 간절히 원했던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도 9년만에 제창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는 참석자 모두가 '제창'했으나 이명박정부 2년인 2009년 이후 일부 보수단체 반발로 제창이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2010년에는 사전 예고도 없이 '방아타령'으로 바뀔 뻔했다. 5.18묘역에서 만난 홍 모(55)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면서 "이제야 희생자들에게 면목이 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모두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기념식에 참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광주를 찾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과 당 지도부가 함께 참석해 5.18 영령의 넋을 기렸다.
예년과 달리 학생들의 참배도 눈에 띄었다. 17일 5.18묘역은 하얀색 국화를 든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빛고등학교 김서희 학생은 "나라다운 나라가 될 때까지 여러분을 본받겠다"고 글을 남겼다.
◆해방구로 변한 금남로 = 5.18항쟁 중심지였던 금남로는 해방구였다.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전야제가 열렸고, 금남로공원에 이르는 200m 거리에는 100여개 단체가 난장을 펼쳤다. 특히 오월어머니집이 주먹밥 나눔 행사를 열어 큰 관심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도 17일 '주먹밥 급식'을 실시했다. 주먹밥 급식에는 123개 초등학교가 참여해 5.18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공동체를 실천했던 광주시민의 정신을 알렸다.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시민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노래를 따라 불렀고 사물놀이 행진이 있을 땐 뒤 따라가면서 어깨춤을 추었다.
한 손에 주먹밥을 움켜쥔 박우진(61)씨는 "5.18때도 주먹밥을 먹으며 싸웠다"면서 "37년만에 대동세상이 열린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진실규명 위한 학술대회 = 5.18 진실규명을 위한 학술대회도 열린다.
전남대 5.18연구소는 19일 인문대 강의실에서 '오월後, 87년 체제와 30년: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5.18항쟁 진상규명과 쟁점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민주주의 확장 △5.18과 공유, 공동체의 미래 △촛불과 언론개혁 등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전남대 5.18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최근 옛 전남도청 인근 전일빌딩 헬기사격 탄흔 발견으로 새 전기가 마련된 진실규명의 쟁점들을 다시 조명한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헬기 사격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5.18정신을 알리는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극단 토박이는 18일 동구 민들레소극장에서 '오! 금남식당'을 공연한다. '오! 금남식당'은 분위기가 한참 달아오를 때 무대를 1980년 5월로 되돌린다. 배우들은 금남관이 처음 문을 열었던 그 해 광주에서 자행된 일들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들불야학, 투사회보, 상무관, 옛 전남도청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낸다. 1983년 창단된 극단 토박이는 광주를 대표하는 전문 공연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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