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청년층, 평생 세입자로 살아갈 첫 세대
청년 10명 중 3명이 주거 빈곤
세입자 행복한 나라 청사진 필요
'다음 세대'라는 접근으로 가야
"기존의 세대는 집을 사기 위해서 달려온 세대였죠. 열심히 일해서 목돈을 모으고 빚도 좀 얻어서 집을 사고, 그 집값이 오르면 빚을 갚고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물려주고 그런 과정이 가능했죠. 그런데 지금 청년세대들은 자기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는 걸 다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들릴지 몰라도 평생을 세입자로 살아가야 하는 최초의 세대가 등장한 게 아닌가 이런 말씀을 드리기도 해요. 그런데 여전히 정책은 자가소유 위주의, 매매 위주의 정책이 나오고 있으니 답답하죠."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28) 위원장의 말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처음에는 기숙사 문제를 고민하는 몇몇 대학생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2013년부터 활동범위를 넓혀 청년과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원들이 출자한 돈으로 달팽이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주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청년문제를 이야기할 때 주거정책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낸 자료를 분석해 보면 청년층의 전국 주거빈곤율이 30%였다. 최소주거기준 미달이거나 지하 또는 옥탑에 살거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비 과부담 가구를 말하는데 전국 청년 중 10명 중 3명은 주거빈곤층이라는 뜻이다.
청년주거 말하면 서울만 생각하는데 서울이 40.4%로 주거빈곤율이 가장 높긴 하지만 2위 지역이 제주(37%)였다. 울산과 인천을 제외하고는 다들 30%가 넘었다. 청년층의 주거빈곤이 전국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청년들이 거주하는 원룸이나 소형주택의 임대료가 비싸다는 뜻이다. 평생을 세입자로 살아가야 하는 최초의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평생 세입자로 살아야 할 세대. 약간 충격적이다.
국토연구원에서 저성장시대 청년층 주거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 보고서를 보면 3% 성장을 지속적으로 하고 청년들의 소득이 그만큼 계속 늘어나도 자기 집을 소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결론이 집을 더 빨리 사라는 거더라. 이 정도 됐으면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쪽으로 사회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는 걸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어떻게든 청년들을 일자리에 구겨넣어 집을 사게 하려고 한다.
■청년 주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세입자 문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 문제를 주로다루긴 하지만 더 크게 보면 세입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는 나라를 꿈꾼다. 그동안 자가소유정책이 주류였기에 모든 정책이 부동산 건설과 매매 중심으로 돼 있지 세입자의 권리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져 있지도 법령도 마련돼 있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3개 조항밖에 되지 않는다. 1조가 목적이고 2조가 정의라고 하면 내용이 정말 별 것 없는 거다. 우리끼리는 이 법을 그냥 전세보증금 보호법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특히 청년들은 당장 독립하기 위해선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공정한 계약서를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학가 원룸 관련한 상담을 받아보면 잘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상담이 필요해 보인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분쟁예방형 상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개선해 7장자리로 만들었고 이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많이 퍼뜨리려고 한다. 더 나은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만들기 위해 계약서 원본 44건 받아서 연구했는데 14건이 불법이었다. 사실상 계약사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걸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새정부 들어서 청년정책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대선 전에 각 캠프와 청년정책 토론회를 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정책대상이 고시원에서 라면 먹는 청년으로 돼 있는 것 같더라.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청년 정책이 불쌍한 청년들만을 위한 정책이 된다. 그렇게 접근하다 보면 일자리를 제외한 어떤 분야에서든 청년은 그래도 나은 편 아니냐라는 생각 때문에 우선 고려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청년정책이 일자리 위주의 담론으로만 나오는 이유도 이런 낮은 인식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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