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을 수 있는 건선, 방치해 난치병 만들어"

2017-06-19 10:44:39 게재

양한방협진 병행치료 등 선택 폭 넓어 … "피부 긁지 말고 햇빛에 노출 필요"

전염되지 않음에도 그 모양새 색깔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회피성 눈치에 시달리곤 하는 건선. 팔 다리에 건선이 난 경우 더운 여름 날씨에도 긴 옷을 입고 다니고 수영장, 목욕탕 출입도 편히 못하는 고충을 겪기도 한다.

2016년 16만8000여명(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이 이런 고통 속에 지냈다. 적지 않은 인원수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환자의 1/3 이상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20%는 건선이 업무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더라고 경우에 따라 장기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치료를 중단하기도 하는 등 스스로 방치하곤 한다. 그 결과 난치성 질환으로 변해 간다.
윤영희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학계에서는 건선을 면역질환의 하나로 피부 외상이나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영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후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잠재적 유전 소인이 있는 사람이 생활·식이 습관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 고지혈 등 만성질환과의 연관이 알려지고 있다"며 "비만·고지혈증·고혈당증·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과 심혈관 질환의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하며, 건선 치료할 때 이들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호 웰스킨클리닉 원장(의사 한의사 복수면허)는 "피부 외상, 감염, 스트레스 등으로 악화되는 건선은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와 금주, 금연, 햇빛에 적절한 노출 등 생활 건강관리와 함께 다양한 약물 치료법으로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다"며 "전문가의 적절한 안내를 따르면 건강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호 웰스킨클리닉 원장

술·담배 다 하면서 개선기대, 어불성설 = 건선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될 경우 우울증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외 신체상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환자의 허혈성 심장질환,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등의 발생률은 비교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건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관절염인 건선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건선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 관절 부위가 하나 이상 부어오르면서 누르면 아프고 관절이 뻣뻣해지며 쥐는 힘이 떨어진다. 건선이 눈을 침범할 경우 눈꺼풀과 결막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 밖에 간, 소화기와 호흡기의 동반 질환들이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건선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스트레스를 피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피부가 건조해 지기 쉬운 겨울철에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다. 특히 목욕을 한 직후 보습제를 바로 발라야 한다. 목욕을 너무 자주하거나 장시간 하는 것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벼운 샤워 위주로 하고 비누 사용을 줄여야 한다. 목욕을 할 때 건선의 껍질을 손이나 때수건으로 억지로 벗겨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편도선염, 인후염 등과 같은 염증은 물방울 같은 작은 건선을 급속히 확대시킨다. 목감기는 신속히 다스려야 한다. 생강꿀차가 도움 되기도 한다.

장기 치료에 부작용 적은 치료 선택해야 = 가려움증으로 피부를 긁게 되면 다시 건선이 악화되거나 재발될 수 있다. 손톱을 자주 짧게 깎고 긁지 않아야 한다. 술과 담배는 건선을 악화될 시기에는 금하는 게 도움 된다. 건선이 만성질환이라는 면에서 단기간에 효과가 센 치료법은 짧게 사용하고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건선을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 국소치료, 광선을 쪼이는 광치료, 약을 먹는 전신치료 등을 환자의 경우에 맞게 치료하고 있다. 가벼운 경우에는 대개 바르는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시작하며, 중등증이나 중증이 되면 광선치료나 먹는 약을 사용하게 된다.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생물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황용호 원장은 "건선은 만성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병변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연고와 약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다. 의료전문가의 적절한 지도에 따라 치료하면 오랜 시간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는 침술, 방풍통성산 등 다양한 내복약, 자운고 청열고 등 연고제, 광선치료 등으로 건선을 치료한다.

2013년 중국 피부과학회지에 게재된 사천의대병원 단천 교수의 '한약 약욕요법과 광선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건선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평가' 논문에서 8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방치료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으며,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더 적었다고 밝혔다.

이에 환자상태에 따라 복합치료, 양한방 동시 치료 등으로 더 진전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희 교수는 "건선은 완치는 쉽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만일 환자가 받고 있는 기존 치료에 한계를 느낄 경우 한방 치료의 병행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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