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달러 매수 수요 과장됐다"

2017-07-19 10:49:11 게재

동부증권 "해외투자 증가보다 환헤지 정책 변화 더욱 중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증가가 달러 매수를 늘리지는 않는다며 최근 국민연금의 달러 적극 매수가 원달러환율의 하단을 받치고 있다는 해석은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동부증권은 "해외 자산의 연간 목표 비중이 늘어난다고 해서 단순히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연금의 외환에 대한 전술적 자산배분이 훨씬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의 해외투자와 상장기업의 배당정책 변화 등 기존과 다른 외환 수급방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중기 자산배분 전략 자료를 통해 2022년 말까지 해외투자(주식, 대체, 채권) 비중을 전체 운용자산 중 40% 내외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일각에서는 원화강세 우려 속에서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 원달러 환율 하단이 지지되고, 해외투자에 따른 외채 증가 우려도 국민연금의 환헤지 축소로 줄어 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달러 현물환 매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오해다"라며 "과거와 다를 게 없다"고 일축했다.

문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 계획은 이미 5년도 더 된 이야기로 그동안 해외투자 비중은 이미 크게 증가해 왔다"며 "단순히 투자 비중이 27%에서 40%로 증가하니 달러매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년까지 연간 플로우(달러 수요)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해외 투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문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보다는 환헤지 정책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량보다 외환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은 국민연금의 전술적 자산배분에 따른 헤지 포지션 변경이라는 얘기다.

2015년말에 공개된 '국민연금기금 환헤지 비율 변경 및 외환관리체계 개선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총 외환익스포저(미헤지금액)의 ±5% 이내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전술적 외환익스포저 규모 조정을 허용' 한다고 한다. 동부증권은 "이에 따라 평균 70억달러, 포지션을 반대로 꺾는다면 최대 140억달러의 선물환 매매 물량이 매월 또는 매 분기마다 선물환 시장에서 출회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환율의 방향성과 변동성, 그리고 현선물 간의 스프레드인 스왑포인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 연구원은 보험사의 해외투자도 장기적으로 방향성에 영향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는 당장은 환헤지를 100%가까이 하지만 헤지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 환오픈을 고려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이는 향후 원달러 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또 배당 정책의 변화가 현물환 수급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된다면 향후 배당금이 커질 것"이라며 "배당 관련 달러 수요 분석은 4월에만 국한하지 말고 매 분기 말에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높을 때는 외국인이 배당을 받더라도 환전하지 않고 다시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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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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