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경서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

"경찰이 검찰의 하위조직인 나라는 없다"

2017-07-26 11:38:42 게재

"인권경찰 변화에 시간 필요해" …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추구

새정부 이후 경찰의 화두는 '인권경찰'이다. 경찰청은 6월 16일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를 출범시켰고, 7월 19일 경찰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진술 녹화·녹음 제도, 수사일몰제 등의 내용이 담긴 첫번째 권고가 나왔다. 내일신문은 22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개혁위 박경서 위원장을 만났다. 78살의 노교수는 경쾌한 말투로 경찰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박경서 위원장은│1939년 생 1976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982년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 정책위원회 의장 2001년 대한민국 인권대사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06년 경찰인권위원회 위원장 2007년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UN세계인 권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

조사위 설치 목적이 무엇인가.

진상조사위의 목적은 과거의 시국사건이든 형사사건이든 경찰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된 인권유린 사건을 조사해서 원인을 규명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만들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당시 연루된 경찰을 처벌하기 위한 게 아니고 원인을 캐서 미래에는 이런 인권유린 시국사건이나 형사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다.

경찰폭력이 반복되는 것은 책임자들이 처벌 없이 경찰 내외에서 승승장구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그런 나쁜 관행을 예방하자는 것, 뿌리 채 뽑아버리겠다는 것이 조사위의 목표다. 그런데 백남기 농민 사건, 용산참사 등에서 벌어진 잘못이 100% 경찰의 잘못이라 생각지 않는다. 정치권력이 경찰을 맘대로 쓸 수 있었던 것도 한 원인이다.

진술녹음 제도에 대해선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법률해석의 문제인데, 전체 19명 위원 중 두 사람이 이견을 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사개혁을 위해 필요하다 했으니 통과된 거다.

위원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잦은 편인가.

조사위 건이라든지 형사공공변호인 같은 것은 전체 찬성, 수사일몰제에 대해서도 전체 찬성인데 진술녹음 제도 경우만 소수의견이 있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선 권고안이 완전 일치가 될 수도 있고, 어떤 건은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게 민주주의의의 작동 행태다. 정상적인 거라고 본다.

이번 권고안은 경찰이 적극 수용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겠다.

소위원회에 경찰 간부가 한명씩 들어가 있어 토의하고 연구하고 경찰의 현재 상황을 얘기하고 거기에 맞춰가지고 권고안이 걸러져서 나온다. 경찰의 현실을 모르는 엉뚱한 권고안이 나오지는 않는다.

경찰과의 조율이 개혁적인 권고안 도출에 방해가 되지는 않나.

전혀 안 된다. 경찰이 위원도 아니고. 각 분과에 해당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 위원들을 돕는 것일 뿐이다.

인권경찰이라고 말은 많이 나오지만 큰 그림이 안 보인다.

경찰은 국민의 지팡이다. 궁극적으로 이걸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암울했던 시기엔 경찰은 권력의 시녀였는데 이걸 뒤집어서 인권경찰로 만들어야 한다. 자치경찰도 그런 것으로 봐야한다. 중앙집권적으로 명령계통이 아니라 선진국형으로 각 지자체에 속한 경찰을 만들고 국민의 옆에 서서 도와주는 민주경찰로 만들려는 거다.

경찰들도 인권경찰이 뭔지 모르겠다 한다.

인권경찰이라는게 학문으로 인권을 논하자는게 아니다. 경찰은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생각만 가지면 인권경찰이다.

일선에선 여전히 시민을 괴롭히는 경찰이 존재한다.

70년간의 잘못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100% 해결이 되겠나. 오래 걸리는 과정이고 국민의 인권의식과도 맞물려 있다.

인권경찰 또한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장 살수차 문제만 봐도 시민들이 요구할 땐 들은 척도 않더니 새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집회 현장에 원칙적으로 살수차 배치 않겠다'는 경찰 발표가 나왔다.

경찰이 혼자서 그런 중요한 것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권에선 살수차 금지 못하도록 한 거고. 인권경찰로 거듭나면서 살수차는 근본적으로 없다. 근데 이건 국민의 집회 형태와도 맞물려 있다. 집회의 성격과 살수차의 존재는 맞물려 있는 것. 완전히 살수차는 없다는 것을 어느 경찰이 보장하겠나, 극렬한 집회도 있는데. 이번에 독일에서도 살수차 나왔지 않은가.

보수정권 들어오면서 용산참사, 평택쌍용차참사 연이어 벌어졌다. 정권 바뀌면 또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건 국가지도자의 인권의식이 어디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국민을 강제적으로 제압해서 통치하겠다는 지도자가 21세기 어디 있겠나.

그런 대통령이 나오면 경찰폭력이 다시 자행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런 지도자를 국민이 안 뽑아야지.

지자체장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 않다. 선진국에서 다 한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권 독립도 외국에선 다 하는데 한국만 한 집단이 아직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다 가지고 있다. 형사소송법도 바꿔야 하고 인권 경찰도 돼야 하고 전문성도 길러야 하니까 바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이) 가능한 것은 이미 지금까지 70년 동안 수사의 90%는 경찰이 했다. 특정 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경찰이 하위조직이 되는 나라는 없다. 기득권 세력들은 경찰이 자격이 없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 잘한다고 생각하는 우둔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개혁위의 방향인가.

검찰은 기소만 하고. 예외의 경우 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하고, 경찰도 수사하다 영장 청구 필요하면 할 수 있고. 두 집단이 서로 견제하면서 굴러가게 해야 한다.

경찰 조직·인원·인사 관련해서도 살펴볼 게 많을 것 같다.

경찰은 입직경로가 다양하다. 순경, 경찰대학, 간부후보생, 로스쿨도 있고, 옛날 사법시험도 있다. 장래엔 '모든 경찰은 순경부터 시작한다'는 쪽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

6월 16일 청장의 사과는 유가족과 협의되지 않았는데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있나.

국민 앞에서 한 사과로 봐야 한다. 사과가 하루아침에 유가족에게 받아들여지진 않겠지만 내가 보기엔 진정성이 있다.

경찰개혁에 대해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인다.

내가 얘기하기 전에 (백남기 농민에 대한) 공식 사과 생각했고, 진상조사위, 수사일몰제, 진술녹음 제도 이런 건 경찰도 힘들 거다. 그런데도 그걸 선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각오를 가진 것 아닌가. 나를 포함해 19명의 학자, 운동가, 실무가들을 14만 경찰이 들러리 세우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겠나. 10월 경찰의 날 맞아 대국민 장기계획과 단기계획 발표하면서 우리 일은 마감이 될 거고, 경찰이 하나둘 실천해 나가면서 경찰의 역사, 국민의 역사가 다시 쓰여질 거라고 본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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