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초등학교 "몰입독서, 책 읽는 힘 커집니다"

2017-08-09 10:43:20 게재

사단법인 슬로독서문화

"상상력 자극해요"

8일 오후 1시 서울 상계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에서는 18명의 학생들이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독서에 한창이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루 모인 학생들은 학년별로 섞여 3~4명씩 4개의 모둠으로 둘러앉았다.
8일 서울 상계초등학교에서 18명의 학생들이 몰입독서를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교실 책장에는 200여권의 책이 꽂혀 있었고 학생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고 가져다 놓았다. 50분의 시간이 끝나고 한 학부모의 휴대폰 알람이 울리자 학생들은 신이 나서 교실 안팎에서 여느 때처럼 왁자지껄 뛰어 놀기 시작했다.

이날 독서는 오전 9시 30분부터 50분 진행하고 10분 휴식을 취하는 형식으로 점심시간을 포함, 오후 2시 40분까지 진행됐다. 학생들은 무려 5시간 동안 책에 집중한 셈이다.

상계초등학교 학부모회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원하는 학생 20명여씩을 대상으로 '몰입독서'를 진행,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상계초등학교 학부모회는 원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몰입독서를 창안한 '사단법인 슬로 독서 문화'가 진행하는 학부모 연수를 시행했다. 강의 내용에 공감한 학부모들은 학생들과 몰입독서 체험에 나섰다.

슬로 독서 문화는 상계초등학교 학부모회에 학습만화를 배제하고 문학 등으로 구성된, 자체 개발한 권장도서 목록을 제공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지원으로 학교도서관에서 가까운 3학년 2반 교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권장도서들을 학교도서관에서 대출해 학생들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꾸몄다.

이날 함께 한 우지용(2학년)군은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읽으니까 더 재미있고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하연(5학년)양은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까 상상력을 많이 자극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3명의 자녀들에게 몰입독서를 체험하게 한 김미영 상계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은 "시작하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아이들이 장시간 책을 읽을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아이들이 모여서 하니까 서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슬로 독서 문화는 2015년 몰입독서를 창안, 자체 연구소와 도서관·학교를 중심으로 학생·성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 구립서초어린이도서관에서 몰입독서가 시행됐으며 앞으로 서울의 작은도서관 3곳에서도 몰입독서가 실시된다.

슬로 독서 문화에 따르면 몰입독서는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책을 집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며 독후감 작성 등 독후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평가에서 벗어나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유영호 슬로 독서 문화 대표는 "독서 본연의 의미대로 자기 식대로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고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상당하다"면서 "200시간 이상 몰입독서를 한 학생도 있으며 꾸준히 몰입독서를 하는 이들의 경우, 책을 읽어내는 힘이 커졌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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