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나는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다

원하는 삶 선택해 현재를 살다

2017-08-11 10:06:47 게재
채하준 지음 / 안티고네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다니? 제목이 요상하다. 엄마와 사는 것을 내세운 걸 보면 글쓴이가 여성은 아닌 듯하고, 중년이 된 남자 아이가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다는 부자연스러움과 낯설음에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보았다.

지방에 계신 글쓴이의 엄마가 어느날, '앞으로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평생 마흔 번 정도밖에 되지 않겠구나'라고 말했다는 책의 도입 부분에 마음이 찡해져 끝까지 읽었다며, 지인이 이 책을 권해주었다. 그러나 공감의 페이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랑하면서도 평생을 만나지 못하고 사는 경우도, 미워하고 괴로워 하면서도 매일 보며 살아야 하는 경우도 우리 일상 중에 얼마나 많은가? 더구나 중년의 남자가 어머니의 그 말씀 이후에, 같이 살고 싶다고 해서 엄마와 덜컥 살게 된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다니던 직장은? 먹여살려야 할 가족은?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자신의 행복과 시간을 엄마와 나누고 싶어, 진짜로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글쓴이의 용기(?)에 대한 부러움과 일말의 의구심으로 이 책을 계속 읽어 나가게 되었다.

글쓴이가 엄마와 함께 살기로 작정한 것은,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달려왔던 삶과 일상을 잠시 멈추는 것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만들고 싶었던 글쓴이는, 출판사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기간에 엄마와 같이 살기로 했다.

자유로운 삶,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하여 생존경쟁이라는 달리기를 멈추는 것, 그것은 생존에서의 도태 혹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권력과 힘을 갖는 것이며, 그것은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생존은 불안과 두려움에 끊임없이 잠식된다. 성공이라는 생존경쟁의 달리기를 멈추고, 감춰져 있는 강박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삶의 방식을 선택하여 채워나가는 시간은 올곧게 자신의 시간, 행복이 된다.

글쓴이는 자신의 삶을 의지대로 선택하기 위하여 엄마와 같이 사는 삶을 선택하였다. 엄마와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하는 단순한 삶. 그는 일단 멈추면 삶을 불안과 걱정에 잡아먹히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바로 해야 한다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고,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이야말로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 선택은 성공과 관계가 없다. 단지 후일담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진화의 여정이다.'라는 글쓴이의 인용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 결과에 목매지 않고, 자기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이며, 진화이며, 행복이 아닐까? 수많은 선택지가 사라져 버리고, 자신의 심장과 영혼을 찾아 떠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 프로젝트는 자신의 원하는 삶을 쫓아가기는 해봤던, 가슴 뛰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감히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글쓴이에게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낸다.

이신재 국회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