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회계관리' 처벌기준 만든다
증선위, 과태료 첫 심의
'일률 처벌 어렵다' 보류
금감원, 39개사 적발
증권선물위원회는 13일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법규를 위반한 39개사 등에 대한 심의 결과 과태료 부과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규를 위반한 회사들마다 사정과 상황이 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동안 처벌 전례가 없는 만큼 구체적인 제재기준을 마련한 뒤에 처벌 수위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상장법인과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비상장법인의 경우 의무적으로 내부통제제도를 구축하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검토를 받도록 하는 등 재무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도는 2004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됐지만 한번도 제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조의2)은 회사가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관리·운영하는 조직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회사 대표자가 관리·운영을 책임지고 이를 담당하는 상근이사 1명을 내부회계관리자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자는 사업연도마다 이사회와 감사에게 운영실태를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운영과 제재 관련 규정만 있을 뿐 금융당국의 감독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내부회계관리규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상장법인과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비상장법인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지 않았거나 운영실태를 보고하지 않은 39개사를 적발했다.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용실태에 대한 검토의견을 감사보고서에 표명하지 않은 6개 감사인도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시자료를 조사해 법규 위반이 명백한 회사들을 적발했다"며 "법규위반에 걸리지 않았지만 제도를 제대로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0년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현황을 점검했다. 당시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적정의견' 비율은 95.1%에 달했다. 미국이 2008년 93%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금감원은 당시 "평가의 수준과 범위·방법 등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제도적으로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경영진이 작성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를 외부감사인이 검토하는 수준이지만 미국은 외부감사인이 대상 회사의 내부통제를 직접감사하고 있다. 또한 범위도 우리나라는 개별회사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연결그룹 전체로 평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위반 여부를 확인해 제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권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