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E의 3번째 위기
요즘 뉴욕 월가에서는 2가지가 화제다. 하나는'애플의 시가총액이 언제 1조달러를 넘어설까?'이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상승해 지난 11월 초 시가총액 9000억달러을 돌파했다. 1000달러짜리 '아이폰X'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아이맥프로'도 그래픽 비디오에디팅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연말에 출시될 애플의 첫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제품들이 모두 성공할 경우, 애플은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대조적인 또 다른 화제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뉴욕 증시(NYSE)에서 얼마나 추락할까?'이다. 뉴욕 증시는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기업인 GE의 주가는 올해 44% 하락해 다우존스 블루칩 30개 종목 중 성적이 가장 부진했다.
저유가 상황에서 터빈시장이 과잉공급되면서 3번째 위기
1896년부터 시작한 다우존스는 상장종목 중에서 대표성이 높고 우량한 30개 종목을 선정해 이들의 가중평균으로 지수를 구한다. GE는 114년 동안 전세계 기업중 유일하게 이 지위를 유지해왔다. GE의 주가 폭락이 뉴욕 증시에 큰 부담이 되자 일각에서는 GE를 블루칩 종목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GE의 위기는 이번이 3번째이고,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1892년 톰슨휴스턴과 합병하면서 종합전기회사로 출발한 GE는 1950~1970년대에 전기 항공 오일가스 헬스케어 가전조명 에너지 운송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지나친 사업다각화로 회사가 도산 직전까지 가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그 때 혜성같이 나타난 CEO 잭 웰치(Jack Welch) 주도로 GE가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전체 매출 중 28.7%를 금융사업에서 올려 각 대학 MBA과정에서 대표적인 혁신 성공사례, 제조업의 서비스화 모델 등으로 자랑스럽게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GE의 대출과 금융투자가 손실 또는 회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두번째 위기를 겪게 된다. GE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잭 웰치 후임으로 취임한 제프리 임멜트(Jeffrey Immelt)는 엔진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발전기, 항공기 엔진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회사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에서 전세계 터빈시장이 과잉공급되면서 GE는 금년에 3번째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금년 8월부터 새 CEO 존 플래너리(John Flannery)가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융사업 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계획에도 불구하고 3분기 순이익이 18억달러에 그쳤다.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매각계획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제조업자는 계속 발전하되, 제조업을 떠나서는 안된다."
GE는 지난 114년 동안 다우존스 블루칩 종목을 유지해왔지만, 사실은 각종 특허분쟁에 휘말려 1898년, 1901년 두 차례 탈락했다가 다시 가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 GE는 회사 초기 어려움을 극복했던 설립자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끊임없는 혁신도 제조업이 든든하게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지혜를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제조업은 영원하다'라는 명저를 남긴 일본 경제평론가 마키노 노보루(牧野昇)가 10여년 전 한 말이 떠오른다. "제조업자는 한 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 발전하되, 제조업 본업을 떠나서는 안된다."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