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고지의무(보험가입자가 보험회사에 계약 전 알릴 의무) 분쟁 개선안 '반쪽짜리'
가입자가 유의사항 문구 직접 기재
금융감독원 내년 하반기 시행예정
보험가입자만 더 번거로워져
설계사에 고지의무 수령권한 줘야
이러한 고지의무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감원은 보험가입자가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유의사항 안내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가입자가 계약체결시 보험청약서상 질문한 중요한 사항에 대해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경우에도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고지의무 수령권한이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보험사고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며 개선안 도입 이유를 밝혔다.
실제 고지의무 관련 분쟁접수 건수는 최근 3년간 평균 4000건이 넘었다. 2014년 4110건, 2015년 4113건, 2016년 4078건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설계사는 계약전 알릴 의무사항에 대한 수령권한이 없다'는 유의사항 문구를 청약서 질문표에 추가하고 보험가입자가 직접 문구를 기재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보험가입자가 고지의무제도의 취지 및 위반시 효과 등에 대해 안내받았는지 직접 확인하도록 청약서 질문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보험가입자의 권익을 제고하는 방법이라기보다 오히려 더 번거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자가 설계사에게 구두로 질병이력을 알리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개선하는 지름길을 놔두고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 전속설계사에게는 '고지의무 수령권한'이 없다. 가입자가 설계사에게 질병 이력을 이야기해도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법인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고지의무 수령권한이 있어 가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법해석에 있어서 계약체결상 중개상이냐, 대리상이냐 하는 법률적인 논쟁이 있는 부분"이라면서 "이런 근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가입시에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설계사 고지의무 수령권한 부여문제와 관련해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보험설계사에게 보험대리점과 같이 고지의무 수령권한을 주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면서 "금융위에서 보험업법 시행령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거나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과거 질병치료가 있는 보험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한 경우 보험가입이 쉽지 않아 보험보장 혜택을 받을 기회가 어려운 실정을 고려해 이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했다.
표준약관에 '계약전 알릴 의무의 이행에 따른 세부규정'을 신설해 보험가입자가 과거 질병의 진단 또는 치료한 사실이 있더라도 조건부로 보험가입이 가능하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험회사가 특정질병·부위에 대해 부담보 조건으로 계약을 인수하더라도 보험가입자가 청약일로부터 일정기간(5년) 동안 추가진단 등이 없다면 향후 발생하는 질병은 보험보장을 제공한다는 규정도 반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