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사회전반 '성평등' 관점, 화두 던질터"

2017-11-29 11:58:13 게재

여성을 '보호 프레임'에 가두는 사회벽 넘어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사회 전 분야에 성평등적인 관점이 기저에 깔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야죠."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미국 클라크대학교대학원 여성학 박사(2000년)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2003년~ )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여성학과 교수(2002~2003년) △노동인권회관 대표간사(1989~1992년)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2016년 2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소장(2013~2015년) 사진 민원기

23일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권인숙(53)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권 원장은 이를 위해서 여정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86년 부천경찰서에서 일어난 성고문을 세상에 고발한 그는 대표적인 여성학자다.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기관의 위상을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인 기조에 부합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단순히 부처가 바라는, 입맛에 맞는 연구만 하는 기관이 되서는 안 되죠. 이러한 균형 감각을 연구원들이 가질 수 있도록 조직을 잘 꾸려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권 원장은 젠더 감각이 결여 된 연구들에 대중의 비판적 반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고스펙' 여자들을 지목한 한 연구에 대중이 분노한 것처럼, 시민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세상도 달라진다는 소리다.

"여성차별 문제를 둘러싼 지형이 굉장히 복잡해진 측면이 있죠. '여성의 삶이 변화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계층별로 천차만별'이라고 답할 수밖에요. 사실 성인지제도, 양성평등정책, 폭력예방제도 등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평등과 관련한 제도 및 법제화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기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죠. 하지만 현실과 제도간의 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 예로 노동시장을 들까요? 경력단절 등 여성 노동시장 데이터들은 큰 변화가 없어요. 여성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늘 '보호 프레임'에 들어있죠. 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여성을 둘러싼 보호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 원장은 노동 분야나 젠더폭력 연구 등 종전과 다른 관점의 연구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가정양립 문제를 다룰 때도 젠더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시각을 사회에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아가 젠더폭력 문제 역시 여성을 피해자 관점으로 국한되어 바라보지 않는, 단순 '보호' 관점을 벗어나는 연구들도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권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연구자들이 모여 하나의 합을 이뤄내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해내고 싶은 일은 많지만 임기 내에 모든 걸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하는 시점이죠. 늘 마음속으로 되뇌어요. '자잘한 계산을 하거나 흔들리지 말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요."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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