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지구를 위해 탄소 배출을 '제로'로
#카메룬의 어느 길가에서 밀렵꾼들이 나무에 서식하는 원숭이인 큰흰코원숭이 한쌍을 야생동물 고기로 팔려고 내놓았다. 유럽의 어업정책이 저도 모르게 야생동물 사냥을 자극한 결과다.
사태의 경위는 이랬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유럽의 수역에서 쫓겨난 외국의 대형어선들이 아프리카 연안으로 이동했고, 거기에서 어자원을 싹쓸이했다.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이들 어부 가운데 일부는 피치 못하게 야생동물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살해하면 그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에볼라 사태에서 보듯이 동물원성 질병의 발발 위험도 커진다.
새로 나온 책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의 일부다. EU가 어획 가능한 한도를 바꾸자 국제 어선들은 서아프리카 연안으로 자리를 옮겼고 극심한 경쟁에 어획량이 줄어들자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이들은 야생동물 고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EU의 정책이 저도 모르는 새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
환경 문제를 다룬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는 이처럼 전지구가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지구에 인류가 가하는 4대 압박과 지구 한계 내에서도 지속 가능한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 방안에 대해 논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지구 기후는 약 1만7000년 전부터 서서히 누그러졌고 홀로세로 접어들었다. 따뜻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 4곳이 넘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농업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지구 파괴에까지 이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류에서 시작된 광범위한 변화는 주요 생태계의 거의 모든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리고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완전히 제멋대로 저만의 지질시대, 즉 '인류세(Anthropocene)'를 힘차게 열어젖힌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4대 압박이란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데 그들 모두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를 품게 됐다는 사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결과 초래되는 지구 온난화 △인류가 의존하고 있는 육지 생태계 등 지구 생물권 기반의 파괴 △자연 생태계의 예기치 않은 변화가 아예 규칙으로 자리 잡은 것 등이다. 모든 시민들이 풍요롭게 사는 것은 근사한 일이나 자원의 상당수는 세계 인구 중 20%에 남짓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소진됐을 뿐 아니라 부자들의 생활양식은 우리가 직면한 지구 환경 파괴를 낳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9가지의 지구 한계를 인지하고 혁신을 통해 재앙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9가지의 지구 한계는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해양 산성화 △담수 소비 △토지 이용의 변화 △질소와 인에 의한 오염 △대기오염 혹은 에어로졸 부하가 그것이다. 저자들은 지구를 바람직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9가지 지구 한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수량화하고 이와 관련해 인류가 함께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나아가 이 책은 '후기: 새로운 운동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3대 '제로' 공식-탄소배출량 '제로', 생물다양성 상실 '제로', 그리고 농경지 확대 '제로'-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세계 발전 어젠다의 골자로서, 안전한 지구 운용 공간의 상당 부분을 규정한다. '제로'라니 얼마나 기억하기 쉬운 숫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