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혁신기업' 청년들에게 박수를

2017-12-05 11:00:01 게재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한국 사회는 참으로 이상하다. 자식은 부모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부모는 자식을 위해 노후를 포기한다. 그리고 함께 불행해진다." 몇년 전 사회적관계망에서 한 청년이 올린 짧은 글을 보았다. 글을 읽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청년은 자신들의 미래와 부모세대의 노후 문제가 전적으로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우리 부모세대는 자식을 위해 비싼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취업준비비용을 감당하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자산은 줄어들고 자녀세대는 소득이 없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생계를 위해 함께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기술기반 혁신에 사회적 경제 더해져야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 청년들이,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정부는 이 길을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에서 찾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술기반 혁신기업의 육성은 청년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가계소득을 안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여기에 '청년소셜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라는 또 하나의 방안이 더해져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가치와 혁신성, 기업적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기업은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사회윤리적 목적의식과 비즈니스적 방법론을 융합한 소셜벤처기업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국가 주도 복지모델 한계를 성공적으로 보완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가 모든 시민들에게 차별 없이 전달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 GDP 가운데 소셜벤처기업이 이끄는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일자리 비중은 6.5%에 달한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빅소사이어티'란 기치를 내걸고 사회적경제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창출된 일자리가 무려 100만개라고 한다.

현재 성동구 성수동에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250여개 소셜벤처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의미가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기업과 더불어 이들의 창업과 경영을 돕는 중간지원조직, 재정을 뒷받침하는 투자기관이 한 데 어우러져 독자적인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창업과 투자, 상품과 서비스 판매 등 모두 한곳에서 해결되는 이같은 사례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월 성수동을 방문, 청년 사회혁신가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방향과 제도개선방안 실천과제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성동구는 소셜벤처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준다는 판단으로 청년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1월 2~3일에는 청년 사회혁신가들과 힘을 합쳐 '1000가지 상상, 혁신이 되다'를 주제로 '제1회 서울숲 청년 소셜벤처기업 엑스포'를 개최했다. 이틀간 행사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소셜벤처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가와 대학생 사회혁신가 등 1만여명이 다녀가고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경제활동의 가치, 이윤보다 사람에

사회혁신을 꿈꾸며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겠다며 소셜벤처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꿈꾸고 도전하는 청년들이야말로 미래의 주인공이다. 경제활동의 가치를 이윤보다는 사람에 두는 소셜벤처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응원한다. 소셜벤처가 새로운 사회적 가치 실현과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한다. 청년들의 고민과 실천경험이 차곡차곡 축적되어 우리 사회의 혁신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