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토양 유실량 OECD기준 3배

2017-12-27 10:48:03 게재

표토가치 연간 1261조원, 소중한 자원 버려져 … "침식복구, 안정화 기술개발 시급"

국내 연평균 토양 유실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규정한 연간 토양침식 허용값(토양을 개량하지 않고 작물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토양 침식 수준)보다 약 3배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의 일종인 표토(지질층 표면을 덮고 있는 토양)의 가치는 연간 1261조원 정도로 경제적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표토침식에 따른 복구 및 안정화 작업 등 관련 기술 개발이 미흡한 상황이다.
표토보전 필수 지역인 고랭지 농업지역 '안반데기'. 사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바이오매스생산 15조7335억원 등 표토 경제적 가치 높아 = 환경부 '기후변화 대비 토양자원 보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토양유실량은 32톤/ha다. 이는 미국에서 개발한 범용토양유실공식(USLE) 모델을 통해 산출한 값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OECD 연간 토양침식허용값은 11톤/ha로 국내 토양침식 상황은 위험한 수준"이라며 "여름철 집중강우와 기후변화로 인한 게릴라성 폭우로 인해 토양유실 문제는 매우 심각해지고 있어 토양의 유실방지와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토는 크게 3가지 기능을 한다. △양분과 수분 공급 등 생태계 유지 기반 역할 △물질과 수자원 순환 및 탄소저장의 중심 역할 △오염물질 정화, 대기수질 조절 등 자체 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기능 등이다. 나아가 표토는 의약품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페니실린이나 스트렙토마인신 등과 같은 항생제나 기생충질환퇴치약 등은 토양의 미생물로부터 만들어졌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014년 발족한 '표토자원전략연구단'에 따르면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 기능 등에 근거해 표토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 연간 1261조1093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바이오매스 생산 기능에 따른 가치는 15조7335억원, 양분함량은 1122조4000억원, 수자원함량은 22조9616억원, 탄소저장 18조4608억원, 생물다양성 2조4250억원 등이다.

이러한 표토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들은 표토의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2011년부터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의 표토 침식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표토보전 종합계획을 단계별로 수립해 표토의 유실방지 및 관리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1차 종합계획기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제2차 표토보전 5개년 종합계획이 추진 된다.

환경부·환경산업기술원, 특화된 '실시간 정보시스템' 구축 = 표토자원 전략연구단은 전국 표토 침식현황 조사와 유형별 표토침식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웹 지리정보시스템(Web-GIS)을 기반으로 한 표토침식 예측시스템을 개발, 효과적으로 표토침식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단일필지 유출, 표토유실 산정 모듈 및 기상청에 제공하는 강수량 데이터를 이용해 한강수계 수변구역에서의 표토 침식량 예측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며 "표토유실 예측에 관한 실시간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형 토양유실 예측 모델(KORSLE)도 개발됐다. 4계절이 뚜렷해 월별 강우와 작물 재배이력이 다양한 국내 실정을 반영한 게 특징이다. 또한 예측 지역에 대한 표토유실량을 지역별로 등급화하고 월별 표토유실을 예측할 수 있다.

영상자료를 활용한 중장기적 표토유실·퇴적에 관한 모델 개발도 이뤄졌다. 항공영상자료를 이용한 공간분석 및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통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침식이 발생하는지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물리적 침식 모형'과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측은 "표토침식과 퇴적에 관한 물리적 모형개발은 국제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정확한 국내표토 침식 현황을 파악하고 R&D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의 고도화(표토침식 경로파악) 및 현장적용기술(복구, 안정화) 등 추가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표토보전 종합계획과 연구단의 성과를 통해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보여주는 귀중한 생명자원인 표토를 잘 보전하겠다"며 "또한 토양자원 및 환경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표토 = 지질층 표면을 덮고 있는 토양을 말한다. 동식물의 생산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여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환경 구성 요소다. 표토에는 유기물, 미생물이 풍부하여 식물의 양분과 수분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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