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시스템에 구멍
2018-04-03 10:43:03 게재
유학휴직 내고 해외여행가도 몰라
범죄 저지른 직원 53명 징계 안해
인사처 "서울청에 인력 집중" 경고
#한 지방경찰청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소속 B경장이 '가정보호사건송치'로 처분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징계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 상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직무와 관련이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B경장에 대해선 가벼운 '경고' 처분만 하고 자체 종결 처리했다.
경찰 인사 시스템 곳곳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 절차 역시 지나치게 느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온정주의 문화에 제식구 감싸기 관행이 남아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경찰청 정기인사감사 지적사항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유학휴직, 징계기록 입력관리 부적정 등과 관련 1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인사처가 2017년 11월 13일부터 11월 24일까지 경찰청을 상대로 정기인사 감사를 벌인 결과다. 경찰 인사부서들은 인사처 감사전까진 이런 사실들을 몰랐거나 덮어뒀다.
유학휴직 제도 허점을 파고든 경우가 적지 않다.
유학휴직은 학위취득이나 외국대학 등 공인기관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허가할 수 있고 휴직 기간에 보수의 50%(2년 범위)가 지급된다.
앞서 A순경뿐아니라 부부관계인 C경감과 D경위 역시 어학연수 6개월, 박사과정 2년 6개월의 유학휴직을 낸 뒤 7회에 걸쳐 124일 동안 한국에 있었다. 이들은 간염약 수령, 허리디스크 치료, 가족 병문안, 부친상, 유학용품 준비 등의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인사처는 A순경에 대해선 경징계 요구를 하고 유학휴직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기간 중 지급된 봉급을 환수할 것을 주문했다. C경감과 D경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하라고 요구했다.
인사처는 또 범죄사건과 관련된 경찰에 대해 징계의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비위사건 처리규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보한 공무원 범죄사건과 관련 '기소유예, 공소제기 결정 및 그 밖의 결정'이 있으면 징계의결을 요구하게 돼 있다. 그러나 40개 경찰기관이 범죄를 저지른 소속 직원 53명에 대해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처는 조속히 관할 징계위에 징계의결요구를 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2015년 3월 ~ 2017년 9월 소속 공무원(경찰·일반직) 징계기록 2422건을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에 등록하면서 229건은 비위유형을 미입력하고 782건은 비위유형이 명확하지 않거나 중복된다는 이유로 '기타' 또는 '기타품위손상'으로 잘못 입력했다.
기타 또는 기타품위손상으로 입력된 인원을 확인해본 결과 성비위(성폭력 성매매 성희롱)가 76건, 음주운전 51건, 금품·향응수수 58건, 공금유용 3건이었다.
채용관리도 주먹구구였다. 경찰청 경력채용시험에서 최종합격자 3명이 임용을 포기하자 면접시험에서 불합격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임용 의사만 물어보고 추가 합격자를 맘대로 선정했다. 인사처는 인사담당 직원에겐 경징계를, 팀장에겐 경고처분을 요구하고 기관경고도 했다. 경찰청은 또 연구사 경력채용에서 응시자격 미충족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한편 인사처는 기관별·계급별로 배정한 정원과 달리 경찰청 본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인력을 초과 배치한 부분에 대해서 엄중 경고했다. 경무관·총경·경정 등 계급에서 본청은 28명, 서울경찰청은 123명이나 초과상태지만 14개 지방경찰청은 이들 계급에서 188명이나 결원인 상태다. 서울 본청으로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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